통신위로 무대 옮겨간 3G 공방

 LG텔레콤에 이어 SK텔레콤이 통신위에 KT PCS 재판매를 제소하면서 3G 공방이 무대를 옮겨 다시 한번 불붙었다. LG텔레콤과 SK텔레콤의 통신위 제소는 3G 재판매의 부당함을 입증할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다. KT그룹도 결과에 따라선 정당성을 입증하게 된다. 양측의 막판 힘겨루기가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측 모두 정보통신부의 ‘허용’이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충돌하기보다 실익을 챙기는 쪽으로 전략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LG텔레콤, 마지막 보루 ‘통신위’=SK텔레콤이 예정대로 26일 통신위에 KT 재판매를 제소했다. KT가 “별정사업자의 지위에 맞지 않게 특수관계를 이용해 KTF로부터 부당한 이용대가를 챙기면서 시장을 교란했다”며 별정사업권을 취소하거나 자회사를 분리해 재판매 사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LG텔레콤의 23일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지난 23일 정통부가 신고를 접수함으로써 3G 재판매에 사실상 손을 들어준 탓에 양사의 주장은 힘을 잃은 것이 사실. 그런데도 SK텔레콤이 제소한 것은 최소한의 견제장치라도 있어야만 KT그룹의 파상공세를 그나마 저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3G 사업권은 인정됐지만 별정사업자로서 KT의 재판매 행위가 과연 적절했냐 아니냐 하는 것은 다른 판단의 문제”라며 “통신위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T그룹 승자의 여유?=KT그룹은 상대적으로 느긋했다. 경쟁사의 주장에 대해 ‘이미 문제없다는 것이 입증된 내용’이라며 반박했다. KT의 한 관계자는 “이미 공정위와 통신위 등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낸 사항”이라며 “굳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3G 사업권 획득 전에 경쟁사에 강공을 날리던 KT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사업권이 떨어지면 당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듯하던 KT그룹은 막상 멍석을 깔아놓자 극도로 신중한 모드로 돌입했다. 초기에는 기존 2G 가입자를 위주로 전환시키겠다거나 2G와 3G 재판매 약관에서 KTF와의 수수료율을 다소 조정한 것도 경쟁사들의 주장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승자’ 처지에서 굳이 경쟁사들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통신위에서의 공방에선 밀릴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재판매 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마지막 관문까지 무사히 통과해야만 후속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위 곧 조사착수, 공방 속 실익 찾기=통신위는 26일 SK텔레콤으로부터 신고서를 접수한만큼 곧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통신위의 한 관계자는 “양 진영의 주장이 워낙 팽팽해 조사기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조사계획서를 만드는 대로 차근차근 접근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신위는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의 주장이 100% 맞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자회사 분리 같은 조처는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업권 취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주장하는 내용 중 일부가 인정되거나 미약하다면 상대적으로 경미한 조치가 취해진다. 이 과정에서 과징금 추징도 가능하며 SK텔레콤 등이 주장하는 ‘KT-KTF 간 불공정 계약’이 인정될 경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요구사항이 권고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KT그룹이 2G 때처럼 스스로 점유율 자율규제 선언과 같은 ‘깜짝 발표’를 통해 보기 좋은 모양새를 갖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