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이 지난 1년간 국내 IT 산·학·연 전문가 3586명에게 물어 뽑아낸 ‘기술예측(Technology Foresight) 2020’은 미래 연구개발(R&D) 전략이 나아갈 방향이다. 특히 최종 압축된 ‘52개 핵심 기술요구(Needs)’에는 우리나라의 미래 IT 개발·실현 능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우선 개인·가정·사회·국가 등 수요자 환경별로 필요한 대표 기술요구들이 나뉘었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IT가 살려야 할 강점, 보강해야 할 약점을 발견한 것이다. 특히 미래 기술요구를 명확하게 파악한 뒤 개발완료 시점과 상용화 시점을 맞추는 ‘타임 투 마켓’을 구현할 IT R&D 전략 수립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요자 환경별 기술요구=모두 365개 기술요구가 분출했다. 개인 환경에서는 △인터넷이나 3차원 공간에서 사람과 동물의 동작을 그대로 표현하는 기술 △휴대폰·PDA 등 단말기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멀티미디어를 이용하는 기술 △각종 휴대형 단말기로 모든 방송을 수신하는 초소형 안테나 △세계 어디서든 별도 조작 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기술 △접거나 말아서 들고 다닐 디스플레이 소재 △옷이나 신발로 착용할 컴퓨터와 단말기 △질병 진단에 활용할 침, 혈액 등 체액성분 분석 기술 등이다.
가정에서는 △집 안 모든 물건의 위치를 추적·관리하는 기술 △미아 방지 기술 △세계 다양한 표준에서 작동하는 홈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 △TV·PC 등에 구애받지 않는 홈 미디어 서버 △뇌파 등으로 작동하는 가전기기 등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국가에서도 △멀티미디어 콘텐츠 안에 암호코드를 삽입하는 기술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보다 최대 1000배 빠른 광케이블 초고속 인터넷 △나노전자소자 △1 이상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광선로 확장기술 △지금보다 10분의 1가량 가볍고 10배 이상 오래 사용하는 휴대폰 △군사용 로봇 △가상 인간 시스템 △초소형 저전력 로봇 등이 요구됐다.
◇한국의 강점=52개 핵심 기술요구 중에서 12개 부문에서 우리나라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현재보다 100배 이상 용량이 큰 콘텐츠를 메모리 스틱 등에 담아 이동할 수 있는 저가 대용량 플래시메모리, 방송통신망 종류에 상관없이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기술, 무선으로 인터넷전화(VoIP)를 쉽게 이용하는 네트워크 접속기술, 나노선과 나노튜브를 이용한 나노회로,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 용량·특성에 따라 최적 무선 접속방식을 자동으로 제공하는 기술 등이다.
◇한국의 약점=우리나라는 한 번 충전해 2개월 이상 사용하는 고효율 전지용 나노구조 전극 제작기술(일본), 사람 몸 속을 돌아다니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미국), 사람과 로봇 간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플랫품(미국), 현존 처리 속도를 뛰어넘는 컴퓨터 시모스(CMOS) 대체 나노전자소자(미국) 등 상대적으로 기술 중요도가 높아 시장 영향력이 큰 분야에는 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자태그 등을 이용해 쇼핑카트에 담긴 물건값을 계산하는 계산대(미국), 지금보다 10분의 1 정도 가볍고 10배 이상 오래 쓰는 초경량·초절전 휴대폰(일본), 실물과 같은 수준의 영상콘텐츠제작기술(미국) 등 우리나라가 앞설 것으로 예상했던 분야에서 선진국에 뒤지는 등 R&D 전략 수립에 반영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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