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이 장비 납기를 놓고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필립스LCD 등 주요 업체들의 신규 설비투자가 3∼5월 사이에 집중된데다 시장 선점을 이유로 이들 업체들이 장비 발주 이후 반입일까지 기간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세메스·주성엔지니어링·케이씨텍·국제일렉트론 등 주요 장비업체들이 빡빡한 장비 반입일정을 맞추느라 평일 야근 근무에 돌입하는가 하면 주말과 휴일에도 쉬지 않고 근무를 강행하고 있다.
국제일렉트릭 관계자는 “시간은 짧아진 반면 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평일에도 3∼4시간의 시간외 근무에 나서 공장가동률이 100%를 훌쩍 넘어섰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최근 D램 호황에 맞춰 물량 늘리기 경쟁에 나서면서 그동안 장비발주 이후 4개월 가량 걸리던 납기일을 최근에는 2∼3개월로 앞당겨 장비업체들이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가 좋자 하루라도 빨리 제품을 빨리 만들어 팔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며 “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12월 중국 우시공장 증설용 장비를 발주한 뒤 한 달만인 1월말에 장비반입 일정을 잡았지만 장비업체들의 대응이 불가능하자 다시 3월말로 연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반도체뿐 만 아니라 LCD 장비업계도 최근 ‘납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반도체에 비해 경기는 좋지 않지만,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국내 패널업체들이 대형 TV패널 시장선점을 위해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데다 장비 반입일도 크게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CD총괄은 지난 달 당초 3월로 예정된 8세대 장비 첫 반입 시기를 2개월 가량 앞당긴 바 있으며, LPL도 7세대 증설계획 발표 이후 곧바로 장비 발주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15라인과 오스틴 공장, 하이닉스 우시공장, 삼성전자 8세대, LG필립스LCD 7세대 등 증설 및 신규투자가 상반기에 집중된 것도 장비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무 부하가 가중되자 도쿄일렉트론코리아, 국제일렉트릭 등 몇몇 업체들은 최근 수십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하며 인력 보강에도 나서기도 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