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시장이 비수기로 여겨지는 연초에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봄철 혼수가전 수요는 3월 시작되지만 올해는 지난달 중순까지 ‘쌍춘년’ 혼수 특수가 이어진데다, 사상 최고의 무더위가 예고되면서 에어컨 예약판매도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가전업체는 역대 이맘때 실적으로는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올 한 해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태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의 주요 가전 3사는 쌍춘년 혼수가전 수요와 에어컨 예약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 1·2월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많게는 30% 이상 신장된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지난해 18조7750억원에 달했던 국내 가전시장이 올해 2.5% 성장한 19조25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두달간 시장규모는 작년보다 평균 15%가량 성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1·2월 두 달 동안 내수시장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특히 지난 1월 매출은 8000억원 안팎에 이르러 월간 국내 실적으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으로 혼수가전 수요가 몰리면서 세탁기·TV·에어컨·냉장고 등 주요 가전품목이 20∼50%까지 고르게 판매를 늘린데다, 최근 일선 학교의 학내망 PC사업 수주에 힘입어 PC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정도 증가했다.
LG전자(대표 남용)는 올해 1∼2월 국내 가전시장 매출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총 32%가량 급신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에어컨 예약판매 물량이 급증해 지난해 동기 대비 49% 늘어났고 냉장고도 47%나 크게 상승했다. 주요 가전제품인 세탁기도 10% 이상 신장되면서 연초 내수 매출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조1000억여원에 달했던 LG전자의 내수 시장 매출은 올해 10% 가까이 고속 성장을 이어가면서 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일렉(대표 이승창)도 프리미엄 백색가전인 ‘클라쎄’ 제품군을 중심으로 연초 가전 시장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5% 정도 매출이 늘어났으며 에어컨은 30%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아르페지오’ 신제품을 선보였던 냉장고도 15%가량 판매가 늘어났다. 대우일렉은 특히 이달 42인치 풀HD급 LCD TV를 처음 선보이면서 내수시장 상승세를 지속시킨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불확실한 국내외 경기여건이 있지만 기대 밖으로 내수시장에서 출발이 좋다”면서 “그러나 하반기 이후 경기부양책이나 대선 등 변수에 따라 소비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가전 3사 1·2월 매출 15%늘어 에어컨 예약과 겹쳐 `사상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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