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각각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두 단체 모두 최근 이슈는 단연 차기 회장 선출이다. 우연찮게(전경련이 한 차례 행사를 연기했기 때문) 두 단체는 지난 27일과 28일 각각 총회를 열어 차기 회장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결과는 알다시피 판이했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총회 분위기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형뻘인 전경련의 총회는 ‘삭막’ 그리고 ‘암울’ 자체였다. 차기 회장 선출은커녕 오히려 총회에 참석했던 몇 안 되는 회장단과 고문단 일원이 예정에 없던 마이크를 잡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무국을 이끄는 조건호 전경련 부회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까지 했다.
이에 비해 아우뻘인 중소기업중앙회는 선거를 ‘화기애애’한 잔치로 승화시켰다. 2차 투표에서 김기문 회장(318표)에 비해 절반가량(155표)을 득표한 김용구 현 회장은 “이렇게 차이가 날지 몰랐다” “그동안 (회장으로 활동하는 데 있어) 여건이 안 돼 아쉽다” “김기문 회장 당선자가 활동하는데 90점을 만들어서 잘 밀어달라” “할 말이 없다” 등 패자임을 확실히 인정하며 김 당선자를 적극 밀어달라고 당부했다.
김 당선자도 당연히 수락연설을 통해 현 회장에 대해 “3년간의 업적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로 화답했다. 2차까지 간 선거는 사실 언론뿐 아니라 중앙회 안팎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1차투표에서 떨어진 후보가 특정인 밀어주기 등을 위한 ‘딜’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런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기업중앙회 선거를 보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 전경련이 비록 대기업들의 단체지만 중소기업중앙회를 본 받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총회를 앞두고 내로라 하는 대기업 총수들로 구성된 전경련 회장단의 발언을 모아 보면 “누구든지 뽑아라. 그러면 밀어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막상 총회가 열리자 회장단 가운데 7∼8명만 참석했을 뿐이었다. 선거방식을 바꾸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단체의 수장을 뽑는데 ‘당신이 한번 해봐라’ 하는 떠밀리기식은 안 된다는 것이다.
혹여 전경련 회장단이 28일 중소기업중앙회 총회를 참관했다면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새삼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준배기자·정책팀@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