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을 ‘IT 전환시대’로 초대합니다. 바로 당신이 ‘IT코리아 2.0’을 향하는 선두주자이기 때문입니다. IT코리아 1.0은 정부가 새 서비스를 제시한 뒤 기기제조산업을 묶어내고, 국민의 선택·희생·신뢰를 밑거름으로 시장이 성장하는 구조였습니다. 90년대부터 CDMA와 초고속인터넷, 반도체를 앞세워 ‘IT코리아 1.0’ 시대 한 가운데를 관통해온 정부·업계·국민은 이제 모두 피곤한 상태입니다. 1.0 구조로는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는 절박함이 분출합니다.
우리는 2.0 세상을 직접 즐기고 체험하는 당신이 새 시장을 열고, 새 산업을 이끌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제 당신이 앞장서면 기업과 정부가 뒤를 따를 것입니다.
본지는 이 같은 전환기를 맞아 IT코리아 2.0 도우미를 자임, 과연 우리 정부가 ‘어떤 IT 축제마당’을 열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앞으로 10개월간 매주 1회씩 전자신문 위에 펼쳐놓을 ‘IT코리아 2.0을 향한 정책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아낌없는 성원 바랍니다. 전자신문은 각계의 의견과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정성껏 모아 가깝게는 연내 치러질 17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 궁극적으로는 내년에 들어설 차기정부에 공식 전달할 계획입니다.
◆‘IT코리아’ 산업발전에서 국민 삶의 질로
‘대한민국 어디에나 있는 누구나’인 당신은 임정현 씨 같은 사람! 새 시대의 ‘IT 정책 개혁’도 당신으로부터다.
임정현 씨(23)는 지난 2005년 10월 요한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을 록(Rock) 음악으로 바꿔 전자기타로 연주한 5분 19초짜리 사용제작콘텐츠(UCC) 동영상으로 유명해졌다. 뉴욕타임스가 그를 ‘마법의 웹 기타리스트’로 소개했고, 세계 네티즌들이 그의 동영상을 1100만회 이상 조회했다.
임 씨와 같은 성공사례들을 통해 UCC의 파괴력이 입증되면서 2007년 제17대 대통령을 향해 뛰는 사람들도 UCC로부터 눈을 떼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달 8일 한 동영상 전문 인터넷업체가 대선 주자별 UCC 개인채널(번호)을 공개 추첨했는데 ‘기억하기 쉽고 이미지에 걸맞은 번호’를 따내기 위한 각 후보 선거캠프의 열기가 뜨거웠다.
지금 UCC로부터 IT 대전환의 조짐이 포착된다. ‘IT 1.0’ 혹은 ‘IT 1.5’ 버전으로 소화할 수 없는 현상들이 네트워크(인터넷) 안에 머무르지 않고 바깥 세상으로까지 뛰쳐나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저 잠깐 지나갈 열풍이 아닌 ‘IT 전환시대 초입’으로 성큼 들어선 것이다.
“이른바 ‘UCC 스타’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양성할 수 있을까? 아니, 네티즌이 만들고 스스로 성장한다. 또 좋은 UCC 개인채널을 확보했다고 해서 특정 대선 주자가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을까? 아니, 네티즌은 생각보다 더 냉철하고 민주적이다.”
어느 전문가의 시각이다. 그는 “UCC로부터 출발한 변화가 관련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전면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이 융합하고,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도 IT만으로는 품을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함을 방증한다는 것. 직설적으로는 IT 정책 출발점이 정부에서 소비자·네티즌·국민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정부 역할은 UCC 활성화 환경 조성만으로 충분하고, ‘IT코리아 2.0’에 스스로 뛰어들어 UCC 등을 만들고 즐길 국민이 ‘IT로 한국을 어떻게 바꿔나갈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형 경원대 교수는 “초소형 센서기술,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에 의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교집합인 제3의 공간 개념이 등장한다”며 “센서나 네트워크와 같은 기반기술에 초점을 맞추던 데서 벗어나 콘텐츠와 전자공간에 대한 고려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상철 한국정보사회진흥원 u서비스지원단장도 “기존 방법이나 기술이 아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며 “모든 산업의 IT화를 전면적으로 추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희동 이화여대 교수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IT코리아 2.0 시대의 정부 역할은 시장 주도자가 아닌 시장 조성자”라며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려면 융합화하는 IT산업 특성을 이해하고 건전한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IT코리아 2.0 환경에서 이용자 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할 때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세상을 준비하는 지혜로운 첫 발걸음은 정보보호에서 시작된다”는 이홍섭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의 말처럼 급하게 ‘진흥’하기보다는 차분히 준비하되 시장 활성화를 장려하려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화폐·티켓 등이 불법으로 위조되지 않도록 막고,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무선 네트워크로부터 개인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정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UCC뿐만 아니라 또 어떤 새로운 것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시대”라며 “새롭게 유통될 콘텐츠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응할 것”이라는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의 말처럼 정부의 시각도 바뀔 조짐이다. 기업이 새로운 통신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활성화하려는 정통부의 노력은 시대 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이렇듯 정부도 IT코리아 2.0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찰나다. 당장 기업에 코뚜레를 끼워 시장으로 끌어내기보다는 시장발전 내조자이자 정보평등 수호자로서 거듭나려는 것. 적극 참여하고 나누며 앞서 달려나가는 소비자가 기업과 2인 3각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앞길을 트고, 그 길을 세계를 향해 열어놓는 정책이 요구된다. 또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곳에 숨어서 자연재난의 가능성까지 미리 파악해 알려주고 막아주는 등 IT로 국민의 삶을 지켜주는 자, 그가 바로 IT코리아 2.0시대의 정부의 개념이다.
특별취재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팀장) 권상희·김태훈·김인순·권건호기자
◆새로운 출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올해 국내 IT산업 생산액이 6.1% 성장하는 데 그쳐 262조원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서비스·기기·소프트웨어 3대 IT분야 모두 성장률이 10% 이하로 정체할 전망이다.
IT코리아의 왕성했던 성장잠재력이 사라지고 있다. 원천기술보다는 응용기술을, 개인보다는 산업발전을 앞세울 수밖에 없었던 1.0 시대(90년대∼2006년)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까닭이다. 정부가 선택하고 기업이 마지못해 투자하며 소비자가 가장 늦게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2.0’에 의미가 붙는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다.
2.0 시대로 가려면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예측 가능하도록 바꾸는 게 중요하다. 우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사후 규제에 정부 IT 정책 초점을 맞추고, 그 정책을 실질적으로 시장에 구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IT정책 기획·실행 도우미(산하기관)들도 ‘IT코리아 2.0’을 향해 기반(망) 고도화, 정보보호 강화, 기술·표준 확립, 새로운 환경·문화 조성 등의 기치를 높이들 태세다.
산하기관들이 그리는 조각그림을 모아 차기정부에 넘겨줄 ‘IT코리아 2.0’의 밑그림은 무엇일까. 소비자가 시장을 선도하고, 소비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시장 구조에 적합한 정책은 무엇일까. 기술과 서비스 융합, 네트워크 진화에 따라 달라질 새로운 질서에 적합한 규제 틀은 무엇일까. 또 기업과 정부는 어떻게 협업하고, 기업과 소비자가 정보를 공유하며, 정부·기업·소비자가 손을 잡을 것인가. 이제부터 정부·산하기관·업계·소비자 모두 함께 답을 구해야 할때이다.
◆자문위원단
양준철 정보통신부 미래정보전략본부장(정부), 김창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장,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석호익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이홍섭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이상 산하기관·가나다순), 김찬성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오지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상 단체·가나다순), 최석식 건국대 부총장(학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