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를 도시에 접목한 ‘u시티’ 개념을 창안한 나라는 우리나라다. 비록 유비쿼터스의 학문적 연구에선 뒤늦게 출발했지만 응용기술면에서는 세계 최고다. 세계가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세계 석학들이 u시티를 배우기 위해 앞다퉈 우리나라를 찾는 이유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등의 개념과 더불어 전자태그(RFID),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지리정보시스템(GIS), 지능형교통시스템(ITS), 텔레매틱스, 광대역통신망, 와이브로 등의 기술이 총망라되는 미래형 첨단도시 u시티는 유비쿼터스 기술이 가져올 미래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우리나라의 u시티를 보면 세계 유비쿼터스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함께 볼 수 있다.
전자신문은 2002년 이후 유비쿼터스의 중요성과 세계 기술동향을 연중기획물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올해는 정부·지방자치단체·IT 및 건설업계 등은 물론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u시티에 대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각으로 집중 조명해 본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인문주의자인 토머스 모어는 이상향(理想鄕)을 그리는 소설 ‘유토피아’를 내놨다. 그의 ‘유토피아’에선 모든 국민이 하루 6시간만 일한다. 나머지 시간은 교양을 쌓는 여가 시간이다. 유토피아엔 금전 화폐가 없다. 따라서 금전 화폐로 야기되는 사기·도둑질·강탈·싸움·살인·배신 등 범죄란 있을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에 출간된 소설이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의 원조가 돼 그리고 있는 ‘u시티’와 그 모습이 닮아 있다. ‘Utopia’는 그리스어 ‘Outopos’에서 유래했다. ‘Ou’는 not, ‘topos’는 Place다. 말 그대로 ‘유토피아’는 바로 ‘어디에도 없는 곳’ ‘아무 데에도 없는 나라’다. 단지 머리 속에서나 그려 낼 수 있는 이상의 도시일 뿐이다.
‘유비쿼터스’의 어원은 라틴어 ‘ubique’다. ‘어디든지(everywhere)’의 의미에서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등의 의미로 쓰인다. 이를 목표로 컴퓨팅 및 네트워크 기술이 진화하고 있으니 이는 분명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부재(不在)’의 유토피아와 ‘존재(存在)’의 유비쿼터스는 정반대 개념이다. 도무지 어울릴 수 없는 양립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소설 ‘유토피아’가 소개된 후 5세기만에 그 사고의 틀이 깨지고 있다. 틀을 깨는 키워드는 바로 우리나라의 ‘유비쿼터스(u) 시티’다. 세계 IT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대한민국이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현실화하고 있다.
아침 7시, 지능형 로봇이 침실로 들어와 나를 깨우며, 기온과 습도에 알맞은 복장을 권한다. 욕실 거울 앞 헬스 스캐너 위에 서면 혈압·혈당·체온 등이 체크된다. 이상이 발견되면 자동으로 원격검진 일정이 잡힌다.
아침 8시, 출근을 위해 주차장으로 나오면 자동차가 시동을 걸어 대기하고, 출발 전 교통상황을 고려한 출근길을 안내한다. 오늘의 주요 뉴스가 흘러나온다. 기기제어는 모두 음성인식으로 이뤄진다. 자동차에 이상이 생기면 수리센터 직원을 근처로 호출하고, 대체 교통편을 확인해 대기시킨다.
오후 7시, 조건이 좋은 도로를 이용해 퇴근해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다. 주차 가능한 빈공간 안내를 받아 차를 세운 후 현관에 들어서면 내 맥박·호흡수·체온·보폭 등을 계산해 몸과 기분상태에 맞는 조명과 음악이 나를 맞는다.
이 도시에선 캄캄한 밤, 낮선 위치에서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휴대폰을 이용한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도와준다.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보폭을 계산해 신호등 점등 시간을 연장해주고, 이 정보가 진행 중인 차량에 제공되므로 보행자 교통사고도 없다. 도시를 나드는 차량과 사람의 수, 위치가 실시간으로 파악되면서 치안유지 서비스는 덤으로 제공된다. 이는 우리가 현실화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유토피아 ‘유비토피아(Ubitopia)’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u시티 구현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업계 등의 노력은 올들어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보통신부가 정부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47억원의 u시티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집행에 들어간다. 정통부는 오는 2012년까지 매년 6개씩의 u서비스 표준모델을 발굴해 지방자치단체에 적용할 방침이다. 정통부는 그동안 98개 u서비스 모델을 발굴했으며, 이달 중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 공공성·시급성·구현가능성·타당성 등을 검증해 연내 추진할 6개 u서비스 표준모델을 결정한다. 3월엔 지자체와 시스템통합(SI) 업체 간 컨소시엄 등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해 최종 테스트베드 구축 도시를 확정, 구축에 들어간다.
건설교통부는 정통부와 함께 마련 중인 ‘u시티건설지원법’을 내년부터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올 상반기 중에 완성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또 행정자치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유비쿼터스 사회를 구현할 수 있도록 ‘u지역정보화’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시장 개척을 위한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삼성그룹은 삼성SDS·삼성물산·삼성네트웍스·에스원·삼성에버랜드·삼성전기·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삼성종합기술원·서울통신기술·씨브이넷 등이 참여하는 ‘u시티위원회’로, LG·GS·LS그룹은 LG전자·LG이노텍·LG엔시스·LG화학·LG텔레콤·데이콤·GS건설·LS전선·LS산전 등 10개 계열사로 ‘LG유비쿼터스(u)포럼’을 구성하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u시티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KT는 u시티 관련 부서인 비즈컨설팅본부와 u시티공공고객본부의 인력 및 수행능력을 크게 보강하고, 시장공략 선도업체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올해는 SK그룹이 가세한다. SK그룹은 SK텔레콤·SK C&C를 필두로 시장 개척에 나선다. 여기에 SK건설·SK네트웍스 등 u시티 유관계열사가 힘을 합칠 전망이어서 전력보강도 기대된다.
◆지방자치단체 u시티 추진현황
현재 2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u시티 구현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놓고, 미래 도시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통부가 집계한 u시티 추진도시는 서울·부산 등 14개 기존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화성동탄 등 8개 신도시를 포함, 총 22개 도시다. 여기에 한 지자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사례를 합치면 26개에 달한다.
서울시는 2015년까지 3단계에 걸쳐 뉴타운 중심의 u시티를 건설한다. 서울시 u시티 마스터플랜의 선발은 은평 뉴타운으로, 관내 24개 뉴타운 중 가장 먼저 개발된다. 서울시 u시티엔 총 8010억원이 투입된다.
가장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는 지역은 단연 인천경제자유구역이다. 동북아중심도시 건설의 전략적 핵심사업이라는 기치 아래 송도·영종·청라 등 세 곳이 순차적으로 개발되며, 2014년까지 6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송도는 비즈니스, 영종은 물류산업 클러스터, 청라는 관광산업 클러스터로 개발돼 환상의 트라이앵글을 구성한다.
부산시는 2012년까지 3단계로 나눠 1조원이 투입되는 아시안 게이트웨이를 건설 중이다. u포트, u트래픽, u컨벤션, u헬스 등 4개 분야 39개 전략사업 인프라 및 서비스 구축에 8000억원이 사용된다.
광주시는 2010년까지 2600여억원을 투입하는 ‘서남권 정보통신 중심도시, u광주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유비쿼터스 관련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산업을 촉발해 ‘u산업 기술의 생산중심 도시’로 도약함으로써 다른 지역에 u시티 핵심기술을 생산·공급하는 전진기지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밖에도 유비쿼터스 기술 산업화자원 기지화를 내세운 대전시, 국내 최대 유비쿼터스 테스트베드를 표방하는 경북도, 텔레매틱스 시범도시로 섬 전체의 첨단화를 추진 중인 제주도 등을 비롯해 파주운정·용인흥덕·수원광교·충북오성·울산·전주·대전·강릉·평창 등 수많은 도시가 IT 유토피아 u시티 건설을 위해 내달리고 있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