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산업에서 ‘가상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가상화는 일반적으로 컴퓨터 한 대에서 복수의 운용체계(OS)를 가동하게 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가상화 기술은 1970년대 메인프레임에서도 흔히 사용되기 시작해 이후 유닉스 기반 기업용 서버로 확대됐다. 최근 들어 x86 계열 프로세서 기반 서버에 가상화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됐고, 스토리지 분야에서도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이제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상화 기법이 속속 등장해 시스템의 거의 전 분야에 활용되는 추세다.
“5년내 PC 분야 가장 중요한 기술될 것”
◇5년내 PC분야 가장 중요한 기술 부상=지난해 포레스터리서치가 글로벌 기업 1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가 서버 가상화 기술을 인지하고 있었고, 26%는 이미 이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IDC에 따르면 가상화SW 시장은 2003년 이후 60%가 넘는 고성장세를 보였다. 2004년 성장률은 63%였고, 2005년엔 규모가 전년 대비 67% 성장한 5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03년 출하된 서버 중 가상화 기능을 내장한 제품은 8%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그 수치가 4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트너그룹은 가상화를 현 시점에서 가장 전략적인 데이터센터용 기술로 평가하고 5년 안에 PC 분야에서 중요한 기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상화 기술은 OS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상화 기술이 확산되면 특정 OS가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는 가상화SW나 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사용하면 윈도와 리눅스 및 맥 OS를 1대의 컴퓨터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OS 업체들이 자사 제품에 가상화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할 가능성도 높다.
추가 비용 절감·시스템 복잡성 줄여
◇비용 절감과 복잡성 완화 등 장점=가상화 기술이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비용 절감과 복잡성 완화 효과 때문이다. 가상화 기술을 사용하면 △비용 절감 △컴퓨팅 파워 최대한 사용 △트래픽 증가 유연한 대처 △데이터 및 서비스 가용성 확대 △컴퓨팅 자원 증설·축소 및 추가·삭제 등에 빠른 대처 △자원 최적화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상화SW 시장은 2004년 EMC에 인수된 VM웨어가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그 뒤를 IBM·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추격하고 있다. 이밖에 선마이크로시스템스·노벨·레드햇·젠소스 등이 관련 기술 개발 및 적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인텔·AMD 등 CPU 업체와 스토리지 업체들도 가상화 기술에 앞장서고 있다.
가상화 기술을 서버에 적용하면 서버를 추가로 구입하거나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시스템의 복잡성을 줄이며 보안 침투 위협도 감소시킬 수 있다. 한 조사 결과 미국 대기업들의 서버 가동률은 15%에 불과해 가상화 기술을 통해 유휴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한편 스토리지 가상화는 △복잡한 구조 단순화 △서버 가용성 향상 △운영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IDC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49%가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고, 34%는 이미 솔루션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IT기업 가운데 히타치데이터시스템·IBM·EMC 등이 스토리지 가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가상화분야 주요업체 및 제품 현황
가상화SW 시장은 VM웨어가 1위를 달리고 있다.
VM웨어 제품이 시장을 리드하는 것은 윈도와 리눅스 OS에서 모두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VM웨어 제품은 x86 서버용 가상화SW 시장을 주도한다. VM웨어는 1999년 ‘VM웨어 워크스테이션’을 선보이며 주목을 끌었고 지난해 2월 ‘VM웨어 서버(무료)’와 기업용 ‘VM웨어 ESX 서버’를 선보였다. VM웨어의 지난 2005년 가상화SW 매출은 3억1000만달러로, 전체 시장의 55%를 차지했다. VM웨어는 지난 2004년 1월 EMC에 6억2500만달러에 인수됐다.
IBM은 지난 2004년 4월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에 대한 통합 가상화 솔루션인 ‘버추얼라이제이션 엔진’을 선보였다. IBM의 가상화SW 매출은 지난 2005년 9960만달러로 1위와 격차가 크다.
MS는 PC용 가상화SW인 ‘버추얼PC’와 서버용 제품인 ‘버추얼서버’를 내놨다. MS는 지난달 윈도비스타를 지원하는 ‘버추얼PC 2007’도 발표했다. 2005년 MS의 가상화SW 관련 매출은 4890만달러를 기록했다.
SW소프트는 ‘버추오조’라는 제품으로 가상화SW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2005년 매출은 4680억달러로 MS의 관련 매출에 근접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솔라리스 컨테이너’라는 가상화SW를 선보였으며, HP는 VSE(Virtual Server Environment)라는 가상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인 인텔과 AMD는 관련 기술을 개발해 CPU의 가상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인텔은 ‘버추얼라이제이션 테크놀로지(VT)’, AMD는 ‘시큐어 버추얼 머신(SVM·코드명 퍼시피카)’ 등으로 CPU의 가상화 기능을 지원한다.
한편 오픈소스 SW업체와 리눅스 업체들도 가상화 기술 적용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노벨은 오픈소스 SW업체인 젠소스의 가상화SW ‘젠(Xen)’을 자사의 ‘수세 리눅스 엔터프라이즈 10’에 통합했고, 레드햇도 이달 안에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5’에 젠을 내장해 선보일 예정이다.
◆가상화 기술 확산의 걸림돌
가상화 기술이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걸림돌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가상화 기술이 보급될수록 SW 라이선스 비용(가격체계)이 증가하고 복잡성도 커지기 때문에 본격적인 도입과 확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SW 가격체계는 고정된 수의 프로세서를 내장한 1대의 컴퓨터에서 운영되는 SW를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됐지만, 가상화SW는 1대의 컴퓨터에서 여러 개의 OS와 SW가 가동되고 그 개수도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고객이 구입한 SW 라이선스를 복수의 OS에서 사용하도록 허용할 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일반 SW업체와 사용자 사이에 가격체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상화 기술이 애플리케이션 분야로 확대되는 데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가트너그룹은 SW업체들이 가상화 기술을 채택한 고객에게 높은 라이선스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내 대형 인터넷데이터센터(IDC)들은 새로운 가상화 기술 도입을 미루고 있다. 가상화 기술은 대형 IDC에 적합한 기술로 꼽히지만 IDC들은 라이선스 비용이 올라갈 것을 걱정해 가상화 기술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한편 SW업계는 서로 다른 라이선스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MS는 가상화 기술로 구현된 OS별로 라이선스를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고, SW소프트는 OS와 상관없이 소비자별로 라이선스를 부과하기로 했다. 레드햇은 고객의 서버에 장착된 프로세서 소켓의 수에 따라 비용을 부과한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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