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방송 등 매스컴에서 한국 IT산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전해진다. 또 실제로 일부 주요 기업에서 만드는 반도체·휴대폰 등 HW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SW 분야는 3D업종이라는 인식이 깊어지면서 SW 기술이 점점 낙후되는 듯하다. 그 예로 대학에서는 SW 관련 학과의 지원자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러 교수에게서 나온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인도·이스라엘·미국·일본·중국 등은 이 분야를 지원하는 학생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왜 디지털 정보화의 선두주자인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몇 가지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첫째, 시장에서 SW 분야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고 있다. 수많은 이 분야 중소기업이 인건비도 제대로 안 나오는 저가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분야 대표들을 만날 때마다 이 이야기를 술상의 안주처럼 꺼낸다. 물론 업체도 출혈 경쟁 등의 문제는 있지만, 국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한때 SW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에서 HW와 SW를 분리 발주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조용하다. 주위 사람들에 따르면 프로젝트 관리·감독이 쉽지 않아서라고 하는데 이것은 너무 행정 편의주의적인 사고다. 어차피 1차적인 관리·감독은 전문가가 모인 감리 회사가 수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SW회사를 만드는 데 정부도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외국에서는 이 분야에서 대박을 터뜨린 인물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없다. 왜 없을까? 몇 안 되는 게임 관련 콘텐츠 업체를 제외하고는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SW전문회사가 아직도 우리에게는 없으니 하는 말이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개발한 SW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런 인재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셋째, 대형 SI업체에서도 각종 프로젝트에 부속품처럼 들어가는 SW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들도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리한 가격 인하 요구는 전문 SW업체의 목을 죄는 것이고, 프로젝트의 품질을 떨어뜨리며, 납기를 못 지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은 SI업체가 품질을 제대로 만드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결과를 자주 보아 왔다. 이 부분에서도 정부는 무조건 예산절감이라는 목표로 저가 경쟁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기술과 가격을 나누어 심사하는 평가제도를 정립해야 한다. 또한 대형 SI업체에 바라는 것은 전문 기술 인력 스카우트 문제다. 물론 이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는 중소 기업체의 책임이 더 크다. 하지만 많은 비용을 들여 어렵게 키워 놓은 인력을 대기업에 빼앗길 때에는 실망감이 너무 크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산 SW업체도 좁은 국내 시장에서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기 바란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도 수년 동안 해외 시장을 개척해 오고 있으며 중국·일본 등 아시아 시장은 물론이고 미주 지역까지 확대해 가고 있다. 시장 개척에 필요한 각종 세미나·전시회 참여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어 많이 활용하고 있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영세한 벤처 기업 처지에서는 더 많은 지원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사람은 비전을 먹고 살아가는 동물이다. 비전이 없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도 SW를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분야로 키워 나가야 한다. 그래서 좋은 교육을 받고 제대로 배운 학생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산업분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21세기의 디지털 정보화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 이대로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정부와 산·학·연이 하나가 되어 같이 노력해 나갈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유효삼 마크애니 사장 hsyoo@marka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