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등 무기체계에 내장된 소프트웨어(SW)의 분류체계가 새롭게 정립된다. 이는 그동안 내장형 SW가 군 획득 관리 규정상 하드웨어(HW)의 부분 요소로 인식돼 이 부문 SW산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이 분야 시장 활성화가 예상된다.
방위사업청은 현행 국방 SW 분류체계에서 전장 정보화체계에 포괄적으로 속한 ‘무기체계 내장형 SW’를 떼어 별도의 분류체계에 두고자 ‘무기체계 내장형 SW 정립방안 연구사업’을 발주, 오는 14일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무기체계 내장형 SW는 그동안 군 획득 관리 규정상 HW의 부분 요소로 인식, 별도의 분류체계로 구분되지 않는 등 첨단 무기체계의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기술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었다.
◇SW 분류체계 정립 필요성=무기체계에는 대부분 SW가 내장돼 있다. 특히 첨단 무기체계일수록 내장형 SW 비중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미국 첨단 전투기 F-22는 요구 성능의 80% 이상을 SW가 처리하고 있다. 즉 ‘첨단 무기체계 성능=내장형 SW 성능’이라는 명확한 등식이 성립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일찍이 국방 SW 분류체계에서 무기체계 내장형 SW를 세부적으로 분류한 가운데 산업 활성화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군은 그동안 무기체계 내장형 SW를 해당 무기체계의 한 부분으로 다뤄왔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HW적인 무기체계를 획득하는 부서에서 내장형 SW를 취급해왔다. 이러다 보니 무기체계 개발 관련 부서는 HW 국산화에만 신경 쓸 뿐 내장형 SW 개발 분야에는 소홀히 해왔다. 또 무기체계를 수입할 때도 내장형 SW를 수입에만 의존, 무기체계 개선 시 적지 않은 SW 업그레이드 비용을 내야만 했다.
이와 관련해 배두환 KAIST 교수는 “KF-16 전투기 관련 SW 업그레이드 비용을 선진국의 납품 업체에서는 대당 90억원 이상 요구하다 우리 군이 영국의 모 연구소에 가격 객관성 조사를 의뢰하자 대당 가격이 8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국방 SW산업 활성화 단초=방위사업청이 국방 SW 분야에서 무기체계 내장형 SW에 대한 분류체계를 정립하면 군 내부에서는 이 업무를 수행할 전담조직이 신설되거나 보강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특히 무기체계 내장형 SW를 세부 분류, 규격화·목록화함으로써 이를 수행하는 전담기관은 어디이고 무엇을 개발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게 돼 내장형 SW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 용역을 통해 내장형 SW에 대한 기술 조사 분석 및 자료 관리 체계 방안도 확립, 무기체계 도입 시 외국 업체와 ‘절충교역’을 통한 내장형 SW의 체계적인 기술 이전 등 국부 창출도 기대된다. 그동안 우리 군은 무기체계 내장형 SW 기술 가치를 객관적·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종진 방위사업청 SW관리팀장은 “이 사업은 내장형 SW 관련 기술력 관리 및 지원, 무기체계별 해당 분야의 SW 기술력 성숙 유도 등에 목적이 있다”며 “군 획득 사업을 HW 중심에서 SW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