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IT서비스 사업에 주목하라.’
삼성SDS·LG CNS·SK C&C의 빅3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의 올해 최고 역점사업은 솔루션에 기반을 둔 신수요 창출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IT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들에게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IT서비스 기업은 자체 솔루션을 확보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IT서비스 기업은 이미 국내외 기업에 적용한 시스템과 기술을 활용해 이를 필요로 하는 국내외 다양한 고객에 제안할 수 있다. 하나의 패키지 SW처럼 솔루션화해 판매하는 방법이다.
고객은 이를 통해 안정된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받고 IT서비스 기업은 소프트웨어 재사용률을 높이는 등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IT서비스 기업은 이런 솔루션을 기반으로 과거 시스템통합(SI) 위주의 사업을 뛰어 넘어 아시아를 비롯해 중동·유럽·남미 등으로 진출 기회를 넓힐 수 있다. 이를 위해 IT서비스 기업은 올해 솔루션 사업 비중을 더욱 높이거나 관련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솔루션 확보가 기업 경쟁력=지난 2000년부터 솔루션 기반 확보에 나선 삼성SDS는 IT 인프라를 통합해 관리해주는 ‘맥시전트’, 지식 포털 ‘에이큐브’, 통계를 지원하는 ‘이지베이스’, 전사적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유니이알피’ 등의 솔루션을 기반으로 IT서비스 사업을 전개해 왔다. 전문가들은 현재 삼성SDS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은 자체 솔루션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SDS의 시스템 개발 플랫폼인 ‘시스테미어’는 이 회사의 20년 시스템 구축 노하우를 결집해 개발한 대표 제품을 꼽힌다. 삼성SDS는 최근 “솔루션 기반 SI사업이 지난 2005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올해도 그동안의 구축 노하우를 활용해 시스템 구축기간 단축,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얻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년간의 솔루션 개발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솔루션 확보가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검증받은 솔루션 ‘해외로’=LG CNS도 솔루션 기반 SI사업 강화를 위해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솔루션 사업본부는 컨설팅사업 부문, 전사자원관리(ERP) 부문, 정보기술아웃소싱(ITO)사업 부문, 기술연구 부문, 기술서비스 부문, 인프라서비스 부문 등 6개 부문 체제로 구성된다. 이 회사는 솔루션 사업본부 신설을 계기로 전자태그(RFID)/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 기반의 u리조트, u헬스, u교통, u홈 등 선제안형 솔루션을 개발, 상용화해 이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LG CNS는 고객 성공을 이끄는 ‘토털 IT솔루션’ 보유 및 고객 지원역량 강화를 위해 솔루션사업본부를 만들었으며 연구개발(R&D), 품질서비스, 컨설팅 서비스 등의 기능을 모아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LG CNS는 데이터센터, IT 연구개발(R&D) 센터, IT 교육센터 등의 기능을 갖춘 ‘상암IT센터’를 IT 신기술 개발과 수익성 높은 신규사업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상암IT센터는 솔루션 개발을 위한 전진기지가 된다. LG CNS는 인터넷TV(IPTV)는 물론이고 전화·인터넷·방송의 결합서비스(TPS) 같은 융·복합서비스 확산으로 원활한 서비스 지원을 위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방송·통신 융합분야의 핵심 솔루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 CNS는 중국·동남아·미국 등 전략시장을 대상으로 강점을 검증받은 자동운임징수시스템(AFC), 교통카드, 영상 등 기술과 솔루션 기반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LG CNS는 올해 해외에서만 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신성장동력 창출=SKC&C와 포스데이타는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KC&C는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솔루션본부를 신설하고 회사가 보유한 ITS, GIS 등의 솔루션에 기반한 SI사업 강화를 선언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 하드웨어형 전자태그(RFID) 미들웨어장비인 ‘ID시냅스(synapse)’를 개발했으며 SK텔레콤과 함께 개인정보단말기(PDA)와 휴대폰 등 무선기기로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그룹웨어 등을 무선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응용소프트웨어임대(ASP) 서비스 ‘포켓원’도 만들었다.
포스데이타는 올해 초 와이브로 전용 단말기업체 지분을 인수해 시스템 장비와 단말기, 칩세트로 이어지는 토털솔루션 사업 기반을 갖췄다. 포스데이타는 와이브로를 통해 새로 통신시장에 진입하는 해외 통신업체들을 목표로 정했다.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 등지에서 영업을 벌여 올해는 성과물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대한민국 금융 SI 수출 1호
대한민국 금융 시스템통합(SI) 수출 1호는 ‘베트남 중앙은행 지급결제시스템’.
현대정보기술은 지난 98년 베트남 중앙은행 프로젝트를 진행, IT 서비스 업체 가운데 발빠르게 해외 시장에 처음 진출한 업체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이 시스템 구축사업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척박한 우리나라 IT서비스 산업 환경에서 대한민국 SI 수출 제1호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계기로 현대정보기술은 파키스탄 중앙은행 전산화, 베트남 농협은행·수출입은행 등을 수주, 해외 금융 SI 분야에서만큼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해외 SI 수출로만 500만 달러 수출실적을 달성,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해외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현대정보기술이 베트남 중앙은행 프로젝트를 수주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구성원 모두 해외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날 공항 창고에서 베트남으로 보내는 모든 화물에 일일이 세계은행이 제시한 규격의 태그를 붙였던 일’, ‘전산실 공사를 현지 업체에 맡겼는데 공사 자재가 현지에 없어 뒤늦게 수소문한 끝에 인접국가에서 무사히 자재를 들여와 공사를 했던 일’ 등이다.
이 회사 해외사업부 박종현 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 아이덴티티(Identity)를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국내에서 성공한 솔루션 혹은 서비스 중 가능성 있는 것을 재개발 및 재포장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공급 솔루션 및 서비스를 최초 기획 및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둬야 해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기고-IT서비스산업 발전 방향
: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이지운 전무(jwlee@itsa.or.kr)
IT서비스와 SW산업 발전을 위해 그간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였다. 그러한 결과로 시장과 정책에서 많은 부문이 개선됐다. 이제 일정 규모의 산업으로서 제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 분야 산업이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첨단 지식산업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관련 종사자들이 큰 보람과 긍지를 갖고 생활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곤충학자 찰스 코먼은 나비가 비상하려면 누에고치에서 고통스럽게 빠져나오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지나야 한다고 했다.
경쟁력을 갖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IT 서비스와 소프트웨어(SW) 산업도 당당한 산업으로서 틀을 갖추기 위한 도약준비 단계를 거치고 있는 과정이라 본다. 그러면 희망을 앞당기고 밝은 미래를 위해 이 시점에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시장을 확대하고 키우는 합심적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의 파이가 커져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다. 국내 시장은 세계 시장(7100억달러)의 2.7%가 채 못될 정도로 협소하다. 산업이 매력적이기 위해서는 튼튼한 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시장이 있어야 연구개발 의욕이 생기고 좋은 인력도 유입된다. 국방·SOC 분야와 IT를 통한 산업 경쟁력 제고 등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고 큰 시장을 여는 시각이 필요한 때다.
다음으로는 해외진출의 전략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IBM·EDS·CSC·액센츄어 등 글로벌 톱10 기업이 전 세계 IT서비스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중요하지만, 결국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통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금융과 공공, 통신 등에서 우리의 강점을 수출로 연계시키는 전략이 요구된다. 또 대형 IT서비스 업체를 주축으로 큰 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수주해야 한다. 건설업이 중동에서 벌이는 영업방식도 참고할 만하다. 한 건의 프로젝트가 IT서비스산업의 향방을 결정짓는 과감한 의사결정도 필요하다. 품질·경쟁력·브랜드 중심의 국제 영업이지만 지금은 민간 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큰 프로젝트를 ‘툭툭’ 치고 나갈 때다.
셋째, IT서비스 기업과 솔루션 기업의 긴밀한 협력 체제가 긴요하다. IT 프로젝트의 특성상 경쟁력 있는 우수 솔루션 소싱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품질이 뛰어난 중소 부품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의 긴밀한 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IT서비스와 솔루션 업체 간의 관계도 자동차 산업과 마찬가지다. 단순한 거래업체가 아니라 공생하는 동반자 의식을 가져야 한다. 기술개발·인력양성 등의 지원뿐만 아니라 사업전략을 서로 공유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