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의 목적을 달성한 중국이 외국기업에 대한 혜택을 대폭 줄이고 있는 반면 기술이전을 원하는 첨단업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혜택을 보장하며 ‘기술중국’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따라 중국에 있는 대부분의 생산공장이 ‘탈(脫) 중국’을 고민하는 것과 달리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 분야는 중국행을 계속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열어 세무제도와 노무제도·토지제도에 대대적인 정비작업을 거쳐 외국기업에 대한 혜택을 크게 줄였다. 더욱이 중국은 공장의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요구, RoHS 등의 환경규제을 만족하지 못하는 공장은 더 이상 생산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조치로 세금 혜택과 고용을 무기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던 많은 기업들이 다시 베트남이나 인도 등 다른 지역으로 공장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선전의 한 부품 업체 중국 지사장은 “섬유나 피혁 분야 업체들의 경우 환경문제를 들먹이며 더이상 은행에서 융자 혜택도 주지 않자 야반도주를 하는 기업들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이런 소식들이 자주 중국 현지 언론에 등장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들도 공장 이전을 고려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달리 중국은 베이징 과기원구나 상하이 보호 기술 단지 등 정부가 정한 구역 내에서는 외국기업에 3년간 면세 혜택을 지속해서 보장해주기로 했다. 정부가 정한 구역은 반도체나 나노 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의 외국기업만이 입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이 큰 중국으로의 진출을 염두하는 첨단 기술분야의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행을 계속하고 있다.
에프씨아이는 상반기 내 중국 지사를 현지 법인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현지 인력을 뽑아 연구개발(R&D) 기능까지 보강할 계획이다. 반도체 기업인 에프씨아이의 중국 사무소는 베이징 과기원구가 정한 면세혜택 구역 중 하나인 중관촌에 입주, 법인이 되더라도 3년 간 면세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고훈 에프씨아이 중국 지사장은 “중국이 외국기업들의 진출로 인해 통화가 넘쳐나고 이 때문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받고 있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여기에는 웬만한 기술은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지만, 하이테크만큼은 적극적인 유치를 통해 받아들이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텔레칩스는 면세 혜택이 없는 선전에 사무소를 현지화해 운영하고 있다. 서민호 텔레칩스 사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을 걱정하지만, 이제 1∼2년 후면 중국이 오히려 기술유출 걱정해 첨단 산업조차도 들어오지 말라고 할 때가 올 것”이라며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협력해 기반을 확고히 하는 것이 지금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선전(중국)=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