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유통 주도권 `제조사`가 쥘 수도

 KTF가 USIM 개방을 선택함에 따라 이동전화 시장에도 메가톤급 후폭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10년 이상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움직여온 휴대폰 유통 시장에서 제조사 힘이 커질 가능성이 생겼다. 오픈마켓이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말유통구조가 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통사 보조금 정책, 무선인터넷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선 시장의 이해관계가 복잡한만큼 USIM 개방에 대한 득실을 둘러싼 논쟁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3년째 USIM 개방 정책을 검토해온 정보통신부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3G에 사활 건 KTF=KTF가 USIM 개방 정책을 선택한 가장 큰 배경은 3G 활성화다. 유통 시장 변화, 무선인터넷 시장 축소 등을 이유로 개방을 반대해온 KTF가 태도를 바꾼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3G 활성화를 위해 기득권도 상당 부분 포기할 수 있다는 각오다.

 USIM 개방의 전제로 의무약정 도입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3년간 KTF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고객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조기에 다수 3G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KTF 관계자는 “의무약정이 허용되지 않더라도 USIM을 개방하는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USIM을 개방하는 것이 KTF의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정통부 어떤 카드 내놓을까=정통부는 지난 2005년부터 3G USIM 개방 및 2G SIM 카드 도입을 검토했다. 반복되는 불법 보조금 폐해를 줄이는 근본적 방안의 하나로 USIM 개방을 검토했다. 유통 시장을 개편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크고 이해득실을 쉽게 따질 수 없는 사안이다 보니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KTF의 USIM 개방 선회는 정통부의 USIM 정책 마련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됐다. USIM 개방을 반대해온 유력 사업자 중 하나가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3G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 과제를 고려할 때도 USIM 개방에 힘이 실릴 공산이 높다. 다만 KTF가 제시한 의무약정제 도입은 내년 3월 이후 일몰되는 보조금 규제와 함께 고려해야 할 복잡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조기에 답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잃는 것도 많다=USIM 개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USIM 로크인을 해제하면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축소할 수 있다. 당연히 휴대폰 가격이 오르게 된다. 소비자는 단말기를 바꾸지 않고 지금보다 오래 사용하고, 단말기 구매 수요는 줄어들게 된다. 현행 보조금 규제 전반을 새롭게 정비하지 않으면 도리어 역효과가 커진다.

 무선인터넷 시장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USIM을 개방할 경우 무선인터넷 플랫폼과 소프트웨어가 호환되지 않아 3G 서비스의 핵심인 데이터서비스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통사가 사용하는 무선인터넷 플랫폼과 브라우저는 사실상 사업자 간 호환이 불가능하다.

 때마침 일본에서도 총무성 주도로 구성된 ‘모바일 비즈니스 연구회’가 SIM 카드 로크인 해제를 검토 중이다. NTT도코모·KDDI 등 이통사들은 SIM 카드 개방에 부정적 견해를 내놓았으며, 일부 제조사들도 시장 위축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USIM 개방은 이통사·대리점·제조업체·솔루션업체·콘텐츠업체 등 무선 시장의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며 “USIM 정책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