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학수고대다.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한 통신서비스업체 관계자의 푸념이다. 앞으로 그려질 새 통신정책의 밑그림인 ‘통신시장 제도개선 로드맵’이 산업과 시장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무거운 것이다. 그러나 이 로드맵 작업이 정책 논의 파트너인 여당의 존재가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으로 사라지면서 무기한 표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통신서비스사업자는 물론이거니와 정치권을 보는 정책 입안자와 통신기기 제조업자의 시선에는 모두 ‘원망’이 담겼다. 전화·TV·인터넷을 하나로 묶은 트리플레이서비스를 싼 값(결합판매)에 쓰고 싶고, 편한 시간에 마음대로 프로그램을 선택(IPTV)하고 싶은 국민도 피해자다.
정통부는 지난해 말 마련한 로드맵에 △시장 진입규제(기간통신역무분류) 개선 △신규 서비스 활성화 △유무선 통신시장 경쟁촉진 △통신서비스 요금 인가 및 결합서비스 등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담아 놓고 있다. 모두 우리나라 통신시장과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큰 것들이다. 특히 수직적 칸막이식 규제(역무분류)로 말미암아 시장 진입이 제한적인 경쟁상황으로는 정체기로 접어든 통신서비스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박함까지 녹아 있다.
우선 시내·시외·국제전화, 전기통신회선설비임대, 인터넷접속, 인터넷전화, 이동통신 등으로 분류했던 기간통신역무를 통합하면 새 서비스 진입제한이 완화되리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이는 올해 추진할 통신시장 제도개선 로드맵의 최우선 과제다. 정통부는 이를 위해 경쟁상황평가제도 법제화를 통한 개별규제책을 보완하고 기간·별정통신사업 간 차이를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당정 협의관계부터 만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2세대 및 3세대 이동통신과 와이브로 등 ‘주파수를 할당받아 제공하는 역무’의 경우에는 전파법 개정이 요원해 올해 안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희박해 제도개선 의미가 퇴색할 것으로 우려된다.
인터넷전화(VoIP), IPTV, 광대역무선서비스 등 굵직한 신규 서비스도 하루가 급하다. 신규 시장을 창출하고 통신망을 고도화하며 투자활성화에 이르기까지가 규제를 최소화하는 로드맵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시내전화와 VoIP 규제에 형평성을 부여해야 하고, 융합서비스 진입규제를 낮춰야 IPTV가 이른 시일 내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트리플플레이서비스, 쿼드로플플레이서비스 등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쉽게 묶어 싸게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자 간 통신망 이용대가 환경을 유연화하는 것도 선결과제다.
이 밖에 시내전화·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 등에서 시장 지배력을 가진 사업자에 대한 이용약관(요금인가) 규제 완화 여부, 결합서비스에 따른 사후 규제방안 등도 통신산업과 시장이 가야 할 지도(로드맵)여서 시급히 결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