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파슨스 미국 타임워너 회장 겸 CEO가 극비리에 방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영화계와 미디어업계 등에 따르면 파슨스 타임워너 회장은 지난 7일 최초로 한국을 방문해 8일 저녁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 주최 리셉션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효성 워너인터내셔널스픽처스 사장, 이영방 워너컨슈머프로덕트 사장, 이현렬 워너홈비디오코리아 사장 등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부문별 대표를 비롯해 최문순 MBC 사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김문연 중앙방송 사장, 권희민 삼성전자 부사장 등 40여명의 미디어 및 영화계 인사들이 자리했다.
타임워너는 타임, 포천, 라이프, CNN, 워너브러더스, 워너뮤직, HBO, 뉴라인 시네마, 터너네트웍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이다.
업계에서는 미디어 분야 세계적 거물인 파슨스 회장이 첫 한국 방문에서 공식 일정을 갖지 않은 채 국내 미디어 업계의 최고경영자들과 한꺼번에 비공식 면담을 갖는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워너홈비디오코리아 이현렬 사장은 “이번 파슨스 회장의 방한은 구체적인 계약 체결보다는 방송이나 영화 등 콘텐츠 사업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만나 사업현황을 및 비즈니스 환경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리셉션에 참석한 인사들은 대부분 워너브러더스와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의 대표 및 고위 관계자다. 타임워너는 지난해 중앙일보 계열인 중앙방송과 카툰네트워크코리아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최근에는 Q채널을 통해 CNN의 간판 프로그램인 ’래리 킹 라이브’를 편성하는 등 한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MBC측과 제휴를 맺고 국내 영화 직배사 중 최초로 합법적인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커뮤니케이션즈도 영화 등 콘텐츠 서비스 관련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방한 시기 등을 고려할 때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 점검 외에 중요한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파슨스 같은 거물이 비밀리에 한국을 방문해 국내 신문·방송사 최고책임자와 접촉하는 것은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라며 “한미 FTA 체결이 임박한 시점에서 한국 시장 진출에 따른 제반 여건을 점검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파슨스 회장의 방한이 최근 한국 시장에서 할리우드 직배영화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파슨스 회장은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고위 보좌관과 넬슨 록펠러 전 뉴욕 주지사의 고문을 역임하는 등 오랜 정치 경력을 갖고 있으며, 기업 사냥꾼이자 타임워너의 주주인 칼 아이칸과 그룹 경영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파슨스 회장은 9일 한국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