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피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위피 정책을 고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3G로 진화 중인 이동통신 시장이 인기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인 ‘같기도’와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같기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황을 통해 웃음을 전달하는 코너다. 하지만 이통 시장에서 벌어진 논란에는 웃음이 없다. 치열한 업체 간 대립과 뒷짐을 진 정부만 있을 뿐이다. 발단은 3월 3세대(G) 이동통신 WCDMA/HSDPA 전국 서비스를 개시한 KTF가 이달 말 저가 휴대폰을 내놓는 것에서 출발했다.
LG전자가 개발 중인 이 휴대폰은 영상통화까지만 구현하고 무선인터넷 기능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췄다.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인 ‘위피’를 의무 탑재해야 한다는 규정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일자 KTF는 TTA 표준 규격을 준수하는 수준에서 위피를 구현했다. 문제는 정작 플랫폼이 있어도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쓸 수 없다는 점이다. 당장 무선인터넷 업계에서는 “위피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라는 웃지 못할 지적이 나왔다.
위피가 있다고 하는데 정작 멀티팩 같은 무선인터넷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KTF 관계자는 “3G 단말 라인업 확대 차원에서 일부 저가 단말만 무선인터넷을 지원하지 않을 뿐 대다수 3G 단말은 이런 기능을 더 강조할 계획”이라며 “위피 표준을 지지하는 KTF의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체제로 바뀐 3G 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KTF 전략이 잘못된 것은 없다. 문제는 그간 지켜온 국내 표준 정책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선인터넷 업계의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다. “냉장기능을 하지 못하는 냉장고를 냉장고라고 부르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무선인터넷을 지원하지 않는 저가 3G 단말이 1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정보통신부는 KTF가 개발한 저가 단말이 위피 의무 탑재 고시를 위배했는지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저가 단말 출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상태다. LG전자나 팬택이 저가 단말 개발을 지속하는 것이 정통부 허용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위피 의무 탑재를 정부 고시로까지 정한 정통부가 사실상 위피 지원 정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콘텐츠 업계의 관계자는 “정통부의 최근 행보를 보면 위피 정책을 고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며 “3G 활성화라는 과제가 무선인터넷 활성화라는 또 다른 정책 과제를 허물 수 있는 목표인지는 다시 한번 고민해볼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