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태그(RFID) 시장이 예상 밖으로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다.
단기 승부를 벼르던 기업들 역시 장기전을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RFID에 대한 시각도 단거리 경주에서 마라톤으로 변하고 있다. 100미터 달리기처럼 폭발적 성장이 기대됐던 RFID 시장은 이제 막 42.195㎞ 지점을 향해 스타트를 한 셈이다. 공급과잉이 현실화되면서 벌써부터 ‘생존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미래에 대한 희망은 꺼지지 않고 있다. 전문기업들은 장거리 행군에 들어갔고, 삼성전자·LG전자·SK계열사 등 대기업 역시 시장진출을 기정사실화한 채 시기만을 저울질하는 양상이다.
◇정부 주도형 성장=우리나라 RFID 산업 활성화는 지난 2004년 u-IT선도사업이 도입된 이후 정부 주도로 전개되고 있다. 올해도 120억원이 투입된다. 게다가 조달청이 오는 3월 말 RFID 적용사업자 선정을 위한 BMT를 실시할 예정이다. 통일부 역시 u-개성공단 구축에 나서고, 해양부는 올해 인천, 광양항로 RFID 리더 및 태그 부착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반면 대형 할임점, 백화점 등 유통업체를 포함한 민간 기업들의 자발적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통부 역시 민간 기업의 저조한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내수 시장이 이처럼 완만한 성장곡선을 그리면서 일부 업체는 그동안 정부 시범사업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중국·중남미 등 해외진출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국내 RFID 수출액이 2003년 75억원, 2005년 8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279억원으로 늘었다. 품목별로는 RFID 리더 95억원, 안테나 86억원, 태그 52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두 자릿수 성장 지속=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07년 국내 RFID 리더 및 태그를 합친 장비시장 규모는 1948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6년 대비 48.2% 성장한 수치다. IDC 측은 표준화 및 태그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2011년까지 연평균 42.1%의 고속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한국RFID/USN협회 역시 올해 RFID 장비 관련 매출은 전년보다 56.4% 증가하고,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작년 약 16억원에서 올해 3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USN시장은 지난해 901억원에서 올해 1830억원으로 103%의 고속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표준화 및 태그가격 인하가 관건=전문가들은 미 월마트를 비롯해 P&G, 질레트 등 글로벌 기업들 역시 비즈니스모델 발굴과 국제표준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차분한 준비를 당부한다. 최명렬 한양대 교수는 “RFID는 마라톤으로 비유될 만큼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성장산업임에는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RFID 시장이 대중화되기 위해선 태그가격 인하도 선결과제로 꼽힌다. 한인규 한국IDC 연구원은 “대기업들은 높은 가격을 수용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코드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평균 개당 200원 수준인 가격이 50원대 이하로 내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