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식 한국유통물류진흥원장
1970년대 초, 오늘날의 상품식별 바코드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 세계 경제사에 이토록 큰 파급효과를 가져 올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상품의 주문에서부터 생산, 이동, 재고 관리, 판매 및 결제에 이르는 경제활동의 전과정, 그리고 IT기반의 상품정보 교환 등 전 산업에서의 과학적 물류와 유통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차세대 바코드인 RFID의 효용은 어느 정도일까. 바코드의 효용이 상품에 대한 정적인 가시성이라면, RFID의 효용은 공급 체인 상의 상품 추적에 대한 동적인 가시성(Dynamic Visibility)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시간 예측에 의한 생산과 물류를 가능하게 해 능동적인 판매 경영과 과학적 공급망 관리(SCM)를 실현시킨다.
특히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 수출, 판매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요 예측 정확성을 1%만 향상시켜도 그 효용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RFID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월마트가 올해 안으로 작년 2배 규모인 600개의 납품업체에 태그 부착을 의무화하고 1000개 매장에 RFID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메트로, 테스코, 까르푸 등 유통그룹들도 본격 가세하고 있다. 베스트바이(Best Buy)도 100개 납품업체의 태그 부착 후 18.7%의 판매 증가율, 재고 관리 시간 78% 단축 이라는 괄목 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해외 RFID 시장은 유통물류에 국한되지 않고 의류, 가전에서부터 자동차, 화학, 항공, 방산 분야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 국방성은 3월 1일부터 모든 일반 공급품에 대해 Gen2 태그 부착을 의무화 한다고 발표했다. 다우 코닝(Dow Corning) 역시 55 갤런 드럼(Drum)에 대한 RFID 테스팅을 진행했고, 볼보 자동차, 보잉 항공사 등의 제조업체도 RFID 실증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와 Gen2 표준 확정 등 관련 기기의 대량 생산 환경이 조성되면서 가격이 급락하는 추세다. 태그 가격은 1년 전 개당 평균 1달러에서 현재 10센트까지 하락했다. 리더 가격도 개당 500-700달러 선까지 하락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RFID 기술의 산업 적용을 가속화시키고 기기의 대량생산에 의한 또 다른 가격 하락을 촉발시켜 지금까지의 예측보다 시장 성숙시기를 훨씬 앞당길 전망이다.
이제 국내 민간 기업은 세계 RFID시장을 이끌 수 있도록 탄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국제 시장 동향을 일견 할 때, 앞으로 2∼3년이 RFID 산업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요한 시기를 대비하기 위해 국내 RFID업계는 적극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기술 능력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또한 RFID시스템은 기업 간의 SCM이 중심인 만큼,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광범위한 산업체 및 기업 전반에 EPC 코드 등 국제적인 표준을 공통 기반화 해야 한다.
RFID의 진정한 가치는 기본적으로 동적인 가시성에 있으며 동시에 기업은 RFID 시스템을 통해 ‘Actionable Visibility`(행동하게 하는 가시성)을 얻게 된다. 비즈니스 기반의 솔루션과 결합된 RFID 시스템을 통해 기업은 의사결정의 순간을 감지하고, 공급망 파트너와 어떤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기업이 얼마나 창의성과 상상력을 발휘하냐에 따라 RFID가 보여줄 수 있는 효용의 크기는 무한한 것이다. sskim@gs1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