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A씨는 자신의 신용상태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을 비롯해 대출은 일체 받지 않았고 신용카드 사용도 빚이라는 생각에 현금결제를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지인의 부탁으로 발급받은 신용카드들도 고스란히 서랍 속에 모셔뒀다. 그러나 최근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을 찾은 A씨는 자신의 신용등급이 전체 10등급 중 5등급밖에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대출 한도도 생각보다 적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개인신용도 중요성 높아져= 개인신용도가 부각되고 있다. 단순히 금융기관에서의 대출심사뿐 아니라 보험·휴대폰·인터넷 가입 등에서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게 개인신용도다. 특히, 최근 신용도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대출한도가 10%까지 차이나도록 정부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서 신용도 관리 필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금만 사용하면 신용등급이 높아진다’, ‘신용카드 발급 자체는 신용도와 관계없다’ 등 신용관리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이 많은 실정이다. 현금만 쓰면 신용을 산출할 수 없어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 신용등급은 일정 기간의 신용거래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 많은 신용카드 발급도 부채 증가 가능성으로 인해 등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A씨의 신용등급이 낮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신용등급 어떻게 매기나 = 은행, 카드사 등 금융기관은 대부분 ‘신용평가시스템(CSS: Credit Scoring System)’을 이용해 신용평가등급을 매기고 있다. CSS란 각 금융기관에서 보유한 정보를 이용해 고객 신용을 자체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직업, 연봉, 금융거래내역 등 항목을 입력하면 바로 등급이 나온다. 이와 함께 개인신용평가 업체인 ‘크레디트 뷰로(CB: Credit Bureau)’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고려사항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개인신용,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정보 3개 업체가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상환 이력, 이자납부·카드사용 실적 등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한다. 이들 업체는 자체적으로 연소득, 직업, 대출금액, 보유 차종 등을 감안해 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적절한 사용이 필수=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건전한 신용 거래를 지속적으로 해야한다. 국민은행 개인여신심사부 관계자는 “거래 실적이 없으면 평가할 정보가 없기 때문에 위험을 크게 환산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득 규모에 맞게 카드 거래 등을 통해 신용을 드러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연체’다. 연체는 신용등급 산정에 있어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 또 쓰지 않는 카드는 바로 해지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자신의 신용정보를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개인신용 서태열 팀장은 “대부업체 등의 신용조회기록은 금융기관과 CB에 제공되고 신용평가에 반영되므로 동의 없이 부당하게 조회됐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회정보는 은행연합회나 3개 CB사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가 있을 경우 신용정보를 정정·삭제가 가능하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신용등급 조회는 여기서= 각 개인신용정보 업체는 인터넷을 통해 금융거래 정보와 신용조회정보 등 다양한 내력을 조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개인신용의 ‘올크레딧’(www.allcredit.co.kr), 한국신용정보의 ‘마이크레딧’(www.mycredit.co.kr), 한국신용평가정보의 ‘크레딧뱅크’(www.creditbank.co.kr)에 접속해 유료(연 1만∼2만원)로 본인 신용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