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업체인 한국기술투자가 지난주 말(9일) 이사회에서 사명 변경건을 상정했으나 통과에는 실패했다고 하네요.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사회에서도 사명에 포함돼 있는 ‘기술’이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그래도 20년 넘게 사용해온 사명을 쉽게 접기 힘들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기투의 해프닝을 보면서 최근 벤처캐피털업계가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쫓아가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는게 느껴졌습니다. 2년여전부터 사모펀드(PEF) 규정이 만들어지고 대형 PEF가 속속 등장하면서 벤처캐피털의 영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의 진대제 펀드(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PEF 1호)가 그 예입니다. 내년부터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도 골칫거리죠. 자통법으로 금융시장이 대대적인 개편이 예상되는데, 이 과정에서 벤처캐피털의 영역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기투를 포함해 주요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자통법 시행에 맞춰 사업영역 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기투의 사명 변경건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지금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자금이 넘쳐난다고 합니다. 1조원 모태펀드 자금 등으로 재원은 늘었지만 돈 되는 분야를 찾지 못해 끙끙 앓고 있다네요. 벤처캐피털업계가 변화의 흐름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 한국 경제의 희망인 벤처의 자금줄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주기를 바랍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