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해온 공개소프트웨어(SW) 육성정책은 국내 SW산업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왔다. 소수 다국적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국내 SW 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또 공개SW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궁극적으로 SW 주권국가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는 도구라는 인식도 심어줬다. 하지만 공개SW의 입지는 여전히 취약하다. 특히 지금까지 공개SW 분야를 파고든 업체의 추락은 공개SW 육성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지난 3년간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공개SW 육성정책 성과와 현안, 정책방향을 3회에 걸쳐 집중 점검해 본다.
2004년 이전, 국내 공공 부문 공개SW 누적 도입률은 전체 SW 도입의 11.5%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도입률은 14.1%로 상승했다. 특히 신규 도입 SW 가운데 공개SW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정부가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발전하려면 성장성 높은 공개SW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2004년에 천명한 공개SW 육성책이 가져온 변화다.
정부의 육성정책이 아니더라도 이미 시장에서는 공개SW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국내 공개SW 산업에 두드러진 변화가 인 것은 정부 육성책 실시가 기점이었다는 점에서 국내 공개SW산업은 정부정책 중심이라는 점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산업조직학회는 국내 리눅스 시장 성장의 49.5%가 정부정책의 효과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강력한 정책 선도=2004년부터 정부는 공개SW 육성에 초점을 맞췄고 이를 위해 각종 제도개선과 정책자금 투입을 시작했다. 정부는 정책 초기단계에서 공공시장에서의 공개SW 입지 강화를 위해 ‘공개SW 역차별에 관련된 정책제거 및 보증대책 선택’의 방법론을 구사했다. 공개SW 도입을 저해하는 제도적 장치를 해소하고 공정경쟁 토대를 마련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공개SW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성공사례 부족에 따르는 수요자 기피 현상을 극복하고자 ‘공개SW 시범사업’을 추진, 지난해까지 20여곳을 시범기관으로 선정해 공개SW 구축작업을 진행했다. 수요발굴을 위해 ‘행정기관 홈페이지 구축 운영 지침’ 및 ‘행정기관 홈페이지 평가지표’에 공개SW 구현여부를 반영, 행정기관 홈페이지 호환성 확보 기반을 조성했다. ‘전자정부사업 공개SW 도입권고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공개SW 도입 저해요인 1순위로 지목되는 기술지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개SW 기술지원센터’를 앞세워 기술지원에 심혈을 쏟았다.
◇◇“성과도 있었다”=이 같은 정책은 시장에 변화를 불러 왔다. 지난 2005년 신NEIS와 시·군·구 정보화시스템 등 대규모 리눅스 도입 사례가 만들어졌다. 행정DB·지식DB 등 DBMS 분야의 리눅스 도입도 확대 추세다. 민간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NHN·다음·야후 등 메이저 포털업체가 운용체계로 리눅스를 선택했다. 삼성전자·IBM·HP·후지쯔·델·선·오라클 등 주요 HW·SW 벤더의 리눅스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삼성SDS·LG CNS·SK C&C 등 주요 SI기업이 리눅스 사업을 확대한 데 이어 최근 다우기술·엔위즈 등 중견 SI기업까지 공개SW 중심 서비스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기술변화도 가속돼 4개의 CPU에서 운용이 가능했던 커널 2.4에서 32개까지 무리 없이 확장 가능한 커널 2.6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SW 시장의 화두 ‘공개SW’=고건 서울대학교 교수는 “정부정책과 시장요구가 맞물리면서 국내 SW산업 전반에 공개SW 영향력은 커졌다”면서 “한마디로 공개SW가 SW산업의 주류로 부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OS별 서버 시장 점유율을 보면 2003년 12.1%에 불과하던 리눅스는 2005년 24.5%로 급성장했다. 상승세는 이어져 올해 26.2%로, 2010년에는 27.6%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에 윈도는 2004년 62.6%에서 오는 2010년에는 59.1%로 줄어들어 리눅스가 윈도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 리눅스서버 증가율은 세계 리눅스서버 증가율을 웃돈다. 세계 리눅스서버 증가율은 오는 2010년에는 26.1%로 집계됐다.
김택완 리눅스파운데이션 한국대표는 “서버는 물론이고 임베디드SW 분야는 이미 리눅스가 대세로 자리잡았고 이 같은 추세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정부 주도로 시작된 한국의 공개SW 산업은 이제 본격적인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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