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슬로건을 보면 회사가 보인다

출근길. 삼삼오오 공장문을 들어서는 직원들의 눈이 가장 잘 고정되는 위치에는 어김없이 ‘슬로건’이 있다. 제조공장의 슬로건을 보면 회사가 보인다. 회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회사의 목표를, 경영자의 의지를, 직원들의 사기를 염두에 둔 함축된 표현이 거기 숨어있기 때문이다.

 ◇목표지향 숫자형=제조공장 슬로건으로 가장 선호되는 형태다. 특히 생산규모와 수율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반도체업계는 거의 대부분 슬로건에 목표하는 숫자가 들어있다. 생산목표와 수율을 비밀로 하는 업종 특성상 해당 숫자는 공개되지 않지만, ‘도전 ○○○’ ‘○○% D-○○’ 등의 형태가 일반적이다.

 많은 팹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각 팹마다 서로다른 목표가 담긴 슬로건도 존재한다. 특히 숫자 경영을 중시하는 이들 업체는 매월 또는 분기마다 새로운 목표를 정해 뛴다. 삼성SDI도 전지공장은 ‘Create-123’, AM OLED공장이 ‘Vision 888’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으나, 이들 숫자는 내부 목표들을 암호화해 수치화한 것으로 내부 직원들만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가슴에 새기다.

 ◇내부결속·직원독려형=세계 최초 시스템반도체전용 300㎜ 팹으로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 기흥공장 S라인에는 ‘함께되는 K1, 하나되는 K1, 도전하는 K1 제조센터 화이팅’이란 슬로건이 붙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색이 없는 슬로건이지만 평범한 것이 때로는 가장 인상적일 수 있다”며 “장수하고 있는 슬로건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LS산전 천안 RFID 공장에는 ‘품질은 나의 강한 집념으로 시작된다’라는 슬로건이 직원을 독려한다.

 건물에 대형태극기를 내걸어 화제가 됐던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은 건물 곳곳에 ‘교육 없이 혁신 없고 혁신 없이 1등 없다’, ‘남 만큼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등 1등 기업을 향한 기업의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장비업체를 지향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의 대표 슬로건은 ‘World’s Best People, World’s Best Products, World’s Best Company’다.

 에이디피엔지니어링(대표 허광호)은 지난 2005년 1월 ADPway 선포식을 갖고 ‘Pro in Fun(프로답게 즐겁게)’ 슬로건을 채택, 스티커와 포스터를 부착하여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Pro in Fun’은 프로 정신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여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며 일을 통해 즐거움을 찾고 그 분위기가 회사로 이어지게 만들자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경영자 의지 전달형=하이닉스반도체 우시공장 건물 외벽에는 ‘결단은 칼처럼, 행동은 화살처럼’이란 붉은 바탕의 슬로건이 걸려있다. 촌각을 다투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또 하이닉스 청주공장의 슬로건은 ‘최고가 됩시다’로, 전사차원의 경영이념인 ‘최고주의’를 반영하고 있다. 파이컴(대표 이억기)은 전 임직원이 매주 월요일 아침 ‘1등 품질, 1등 기술, 1등 고객’을 한 목소리로 외치며 한 주 업무를 시작해, 세계 멤스 시장에서 1등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결의를 다진다. 이 회사는 또 ‘힘찬 출발, 계획은 치밀하게 행동은 신속하게’(1월), ‘원가절감 35% 지금부터 시작합시다’(2월)와 같은 매월 다른 주제의 슬로건을 지정하고 생산성 및 품질 향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규호·장지영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