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지식재산 교류 인프라에 관심을

[통일칼럼]지식재산 교류 인프라에 관심을

물이 범람하면 홍수가 되고 고갈되면 가뭄이 되는 것처럼 정보 또한 과부족이 생기면 문제가 된다. 우리는 통제되지 않은 정보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적지 않다. 적절한 여과장치가 필요할 정도다.

 북한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북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고 단편적이다. 또 정보 제공자인 그들에 의해 가공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북한 연구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진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큰 숙제다.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얻어지는 정보로 북한의 실정을 파악하다 보니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북한 실상을 인식하기 쉽다. 북한의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는 게 힘들어진다. 하지만 정보 입수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남북 협력을 시작하는 단초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같은 학술 정보에만 의존하면 북한의 과학기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북한의 발명특허도 함께 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북한 정보들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 공개되고 있다.

 현재 남북한의 특허 관련 기관인 남한의 특허청과 북한의 발명국 간에는 교류나 정보 교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는 발명특허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돼 서비스되고 있다고 하지만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표준 관련 부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한국산업규격(KS)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북한 규격인 국규(KPS)는 극히 일부만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 웹사이트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것도 개정되지 않은 옛 규격인 경우가 허다하다.

 북한도 외부 정보를 입수하고 소통하는 데 애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제가 심해 북한 과학기술자들은 전문도서 한 권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해외에 파견한 유학생의 중요한 일과가 인터넷에서 세계 각국의 기술정보를 내려받아 CD롬으로 저장해 평양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정보의 빈곤을 온라인이 아닌 온시디(on-cd)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술정보·특허·표준과 같은 지식재산에 대해서도 남북한 간에 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 북한의 기술정보를 제대로 알아야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교류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북한도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다양한 지식재산을 접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스스로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한다.

 기술정보 중심의 네트워크 연결, 기술의 집약적 표현인 특허의 남북한 교류,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특허의 상호 인정까지 이뤄진다면 남북 특허권자에 대한 상호 권리보호가 가능해질 것이다. 표준과 규격 교류는 생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서로 다른 기술용어와 규격을 채택하면 아무리 기술 수준이나 성능이 좋다고 하더라도 표준에 맞지 않는 상품을 만들게 돼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술정보·특허·표준 등에 관해 남북 사이에 지식재산을 보호하고 협력하는 지식교류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개성공단 등을 중심으로 남한기업과 북한 간 경제협력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더욱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적 자원의 투자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남북한 지식교류 인프라가 성공적으로 구축될 때 남북경협은 더욱 안정된 기틀 위에 이뤄질 수 있다.

 지식재산에 관한 남북 교류협력은 단순히 어느 개인이나 기업체의 기술이나 이의 보호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재화와 서비스, 물자, 자본, 기술적 사상, 지적 창작물 등 모든 유무형의 물적 재산이 남북한 간에 원활히 유통되는 데 필요한 제도적 틀(프레임워크)을 발전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정치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있는 이러한 지식재산권 분야의 교류협력이 성사될 경우 남북한 과학기술 공동개발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지식재산을 토대로 한 남북 상생 구조의 틀은 충분히 가능성 있으며, 통일을 향한 귀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최현규 KISTI 동향정보분석팀장 hkchoi@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