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KTF의 3세대(G) 서비스 ‘쇼’에 가입한 고객 P씨는 휴대폰에 문제가 생겨 제조사에서 환불을 받고 대리점에서 3G 대신 2G 신형 단말을 구입했다. 그런데 대리점으로부터 휴대폰 개통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2G와 3G는 서로 다른 서비스라 제공한 휴대폰 가격을 다시 계산해야 하며 기존에 쌓아놓은 고객등급이나 마일리지도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같은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도 기존 혜택을 포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휴대폰 가격까지 달라진다는 얘기를 P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3G WCDMA/HSDPA 전국망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소비자들이 때아닌 혼란에 빠졌다. 서비스 차이를 이해하기도 힘든데 요금제나 가입방법, 보조금 혜택 등도 크게 다르다. 2G 사용자가 3G로 이동하기는 쉽지만 한번 3G에 가입하면 2G로 돌아오는 길을 멀고 험하다.
◇가긴 쉽지만 되돌아오기는 어렵다=KTF는 3G 활성화를 위해 오는 8월 31일까지 3G로 전환하는 가입자에게는 가입비를 면제해주고 기존 마일리지나 고객등급도 승계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한번 3G에 가입한 고객이 다시 2G로 전환할 때는 가입비는 물론이고 기존 혜택도 모두 포기해야 한다. 휴대폰을 구매할 때도 기기 변경이나 010번호이동 같은 좋은 조건을 포기하는 대신 010 신규로만 가입할 수 있다. 같은 회사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면서도 서비스 종류가 3G에서 2G로 바뀌면 차별을 받게 된다.
아직 전국망 서비스를 개시하지 않은 SK텔레콤은 2G→3G 이동뿐만 아니라 3G→2G 이동 시에도 가입비 면제와 마일리지 승계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8월 31일까지다. 이후엔 서비스 간 이동 시 가입비를 내거나 기존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복잡한 요금제 뭘 고르나=복잡한 요금제도 이용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2G와 3G를 합리적으로 비교해 선택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KTF는 ‘쇼 범국민데이터요금’의 통화료 월 상한청구액을 2만8000원으로 지정, 기존 2G 상한액보다 2000원 비싸게 책정했다. 매달 1만원씩 내고 동영상 서비스 ‘핌’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던 ‘핌 프리 요금제’는 아예 가입을 막았다. 3G 활성화 취지를 퇴색하게 했다.
반면에 대용량 데이터 요금을 패킷당 0.45원으로 인하한 것과 출근시간대 무선데이터 요금을 추가 50% 할인한 조치는 3G 가입자에게만 혜택을 제공했다. 이 밖에 ‘쇼 표준’ ‘쇼 더블지정번호’ 등도 2G와 비교해 기본료를 내렸지만 SMS, 무료통화 혜택 등은 천차만별이다. 상품마다 혜택이 달라 어떤 게 좋은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3G 전용 요금제가 ‘T3+ 조절요금제’와 ‘T3+ 영상커플요금제’ 2종뿐이다. KTF에 비해 2G와의 비교가 쉽지만 추후 3G 요금제가 늘어난다면 복잡해지기는 마찬가지다.
3G 서비스 사용자는 “같은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는데도 가입 혜택이나 요금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2G와 3G가 무엇이 다른지도 모르겠는데 가입 방법이나 혜택이 너무 달라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다른 역무, 사업자 전략이 혼란 부추겨=KTF는 가입자 전환이나 요금제 등에서 3G에 힘을 실었다. SK텔레콤은 서비스 전환 시 별도의 차별 전략을 아직까지는 도입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KTF가 부당하게 2G 가입자를 차별했다고 볼 수도 없다. 현행 이동통신 규제는 2G와 3G를 별도 역무로 구분한다. 이통사들도 사업권을 별도로 획득했다. 역무가 다른만큼 약관이나 요금제도 2G와는 별도로 신고한다. KTF가 3G 활성화를 위해 3G 가입자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사업자 전략이다. 정반대도 마찬가지.
KTF의 관계자는 “2G와 3G 역무를 구분한 취지는 산업 발전 측면에서 3G 활성화에 무게를 두는 것과 무관치 않다”며 “2G와 3G 가입자에게 모두 똑같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면 어떻게 기술 진화를 달성하느냐”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3G가 자연스러운 기술 진화라는 점에서 역무가 다르다는 이유로 요금이나 혜택을 차별화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의 관계자는 “대다수 HSDPA 서비스가 기존 EVDO와 다르지 않아 무리하게 요금을 차별화할 계획은 없다”며 “다만 3G에 특화된 티로그인 등의 서비스는 별도 요금제나 마케팅을 통해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