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이슈 진단]열기 뜨거운 `무선도시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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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루가 멀게 선두가 바뀐다. 경주마들의 속도 빠른 레이스 같다. 이 게임은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참가 선수가 늘어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세계 도시들의 ‘와이파이(WiFi)’ 구축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무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와이파이 도시. 이미 수 백개의 프로젝트가 시작된 미국은 신규 사업이 이어지고 있고 유럽 열기 또한 이에 못지 않다. 지난해 12월 초 영국 맨체스터시는 총 인구 2200만명이 거주하는 지역을 아우르는 유럽 최대 와이파이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더니, 같은 달 22일 러시아 최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골든텔레콤은 모스크바 전역을 대상으로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공표, 맨체스터의 기록을 2주 만에 보기 좋게 뒤집었다.

◇세계 와이파이 도시 현황=신규 프로젝트가 주 단위로 터져 나오고 있다. 집계가 힘들 정도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와이파이 구축 사업만도 250여개. 하지만 이후 12월 19일에는 캘리포니아 밀피타스가 사업 계획을 발표했으며 △12월 21일 뉴올리언스 △2007년 2월 13일 휴스턴 △2월 22일 캘리포니아 내퍼 등이 줄을 이었다. 또 블루밍턴(미국), 클리블랜드(미국), 파리(프랑스), 맨체스터(영국), 모스크바(러시아) 등도 있었다.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만 이 정도다.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업 규모도 갈수록 커진다. 2009년 봄 서비스를 예정하고 있는 휴스턴의 경우 5000만달러를 들여 시 전역에 핫스폿(무선랜 기지국) 1만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시 당국은 이를 통해 1Mbps의 속도와 600평방마일을 커버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스턴의 서비스 구역은 북미 최대이자 핫스폿 수만으론 유럽 최대로 알려진 모스크바보다 3000개가 더 많다.

◇무선 도시 ‘왜’=빌 화이트 휴스턴 시장은 지난달 와이파이망 구축 계획을 발표하며 “이번 거대 사업이 기술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정보격차를 연결하는 다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선 도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시가 주도하기 때문에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무료가 많고 요금을 받아도 기존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기술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와이파이 때문이다. IEEE 802.11 표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와이파이는 라이선스가 없는 주파수 대역에서 운영돼 주파수 구매를 위해 수 백만달러를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C넷은 지적했다. 또 현재 판매되는 거의 모든 노트북PC·PDA 등의 휴대 단말기에 와이파이 기술이 탑재돼 있을 정도로 곳곳에 확산돼 네트워크 장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액세스포인트(AP) 등을 전봇대 등에 설치하면 돼 케이블을 깔기 위해 도로를 뒤엎을 일도 없다.

◇‘의도는 좋지만...’=도시 전역에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이다. 정보격차 문제뿐 아니라 시민들의 경제 활동을 돕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 미네소타 차스카시는 2004년 계획대로 와이파이를 구축했음에도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지 못했다. 인터넷 속도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차스카시 관계자는 “250Kbps의 신호를 받는 곳이 있는 가하면 한 쪽에서는 1.2Mbps 신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차스카는 원래 일정을 2년 앞당겨 무선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했다.

사업성 문제도 있다. 시 주도의 공익적 사업이다보니 예산 문제가 걸린다. 특히 유지비가 문제다. 이에 2005년부터 미국에선 어스링크 등 민간 사업자를 참여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의 참여는 또 다른 정보격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휴스턴 시의회 자비스 존슨 의원은 “민간 사업자들이 투자비 회수를 위해 부촌 위주로 서비스에 나서는 건 아닌 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무료든 염가든, 또 와이파이든 다른 무선 기술로 지역 주민들에게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대세다. 하지만 경계가 필요하다. 차스카시 당국은 “수많은 시 공무원들이 자체 와이파이망을 갖고 싶어한다. 와이파이가 왜 필요한지는 잘 모르지만 갖고 싶은 것이다. 조언을 한다면 목표에 기술을 맞춰야지 기술에 목표를 맞춰서는 안 된다”며 “와이파이가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와이파이가 최선의 해답이 아닌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지자체마다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유비쿼터스 도시’ 만들기가 한창이다. 우리 역시 기술 도입이 먼저인지, 무엇을 하기 위한 서비스인지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와이파이·와이맥스·와이브로

 90년대 중반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2세대로 진화한 이동통신 기술은 IMT2000 시대를 거쳐 현재 HSDPA와 같은 3.5세대까지 발전해 있다. 이와 달리 무선랜에서 시작한 광대역 무선기술은 와이파이(WiFi)를 거쳐 현재 고정형 와이맥스(WiMAX)와 이동형 와이맥스 기술로 발전했다. 혼동이 쉬운 광대역 무선 기술을 정리했다.

◇와이파이(WiFi)=Wireless Fidelity의 약어로 무선접속장치(AP)가 설치된 곳을 중심으로 일정거리 이내에서 PDA나 노트북PC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무선랜을 지칭한다. 전송속도가 4∼11Mbps로 대용량의 멀티미디어 정보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장시간 사용해도 사용료가 저렴하다. 그러나 와이파이는 기지국당 커버리지가 30∼200m 정도로 협소해 이동성이 떨어진다.

◇와이맥스(Wimax)=저렴한 요금에 초고속 인터넷에 가까운 속도의 고정형 무선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MAN(Metropolitan Area Network) 서비스 규격이다. 속도는 빠르지만 커버리지가 좁은 와이파이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좀더 넓은 커버리지를 가진 무선통신 기술로, 개활지에서는 45㎞까지, 도심지에서도 1∼2㎞까지 커버리지를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와이맥스는 기본적으로 고정형 서비스를 염두에 둔 규격으로 와이브로에 비해 이동성이 떨어진다.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휴대전화처럼 언제 어디서나 이동하면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한국이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와이브로는 이동성·속도·가격면에서 앞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시속 100㎞의 고속으로 이동 중에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으며, 콘텐츠가 제한된 휴대폰 무선인터넷과 달리 유선인터넷과 똑같이 웹서핑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 와이브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해외에서는 모바일 와이맥스라고 불린다.

◆와이파이 도시는 와이브로의 적?

 ‘와이파이 도시가 생길수록 와이브로의 수출 길은 막힌다?’

미국 유명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IT조사전문 기관인 인스탯의 자료를 분석하며 와이파이 도시가 와이브로 보급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PwC는 현재 한국을 제외한 와이맥스 가입자는 대부분 고정회선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와이맥스 보급이 지체되고 있는 이유는 사업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 두 가지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와이맥스보다 유효 구간이 좁지만 거의 비슷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와이파이가 깔리고 있어 전망이 밝지 못하다고 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이미 와이파이와 3G 서비스로 커버되는 가장 좋은 지역, 즉 잠재적으로 수익성이 가장 높은 지역을 와이맥스로 연결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많은 휴대폰이 와이파이 기능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출시되고 있는 것은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그 기능을 부가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며 이 같은 상황에서 와이맥스 기술을 채택한 제품을 판매할 이유가 없다고 PwC는 분석했다.

 그러나 PwC는 와이맥스가 아예 사장될 기술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은 이동통신 사업자가 우수한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기 어려운 인구 밀집지역이나 요금이 비싼 위성 서비스뿐인 저개발 지역에서는 훌륭한 기술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