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거물, 그들 발언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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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건희 삼성회장의 ‘위기론’이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이 회장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건회 회장을 비롯 구본무 LG회장, 최태원 SK회장 등 한국 IT대표기업 총수의 말 한마디가 기업의 주가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본지가 최근 이들 3인의 최근 발언과 IT대표기업(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의 주가 흐름을 파악한 결과, 삼성전자는 발언 후 난폭이 컸으며 LG전자는 발언 수위가 낮아서인지 영향이 적었다. 특이한 것은 SK텔레콤의 경우로 최태원 회장이 매우 건설적인 발언을 했음에도, 주가는 의외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희 회장, 주가 ‘출렁’=그의 입에서 나와서인가 아니면 우연한 일치인가. 올들어 이 회장의 말 한마디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크게 요동을 쳤다. 지난 1월25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한국 경제를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라고 표현하며 위기론을 꺼내들었다.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서인지 발언 다음날인 26일 삼성전자 주가는 2.65%(60만3000원->58만7000원) 급락했다. 그러나 이달 9일 투명사회실천협약 행사에서의 “5∼6년 뒤 큰 혼란을 맞을 것”이란 발언 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정반대였다. 발언 후 첫 거래일인 12일 주가는 4거래일 연속 상승(6일∼9일까지 4.1%)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2.73% 큰 폭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생활가전 등 구체적 산업을 거론하며 직접 위기를 챙기는 모습이 긍정 쪽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구본무 회장, 반응 ‘미지근’=평소 대외 석상에서 돌발발언을 피하는 것으로 유명한 구본무 회장. 한때 동생인 구본준 LG필립스LCD 전 부회장에게 ‘독설’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했다는 후문까지 나돌 정도로 파격적인 대외 발언보다는 그룹내 전략회의를 통해 기업경영원칙을 세밀히 지적하는 스타일이다. 최근에는 ‘공급자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라’ ‘고객만족 성과를 점검하겠다’ 등 ‘고객중심경영’에 관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이처럼 발언 수위가 낮다 보니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았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경우 구 회장의 주요 발언이 전해진 날 대체로 오름세를 보였으나 상승폭은 1% 안팎에 머물렀다.

◇최태원 회장, 발언 후 주가는 빠져=재계의 ‘젊은 피’ 최태원 회장은 과거 분식회계 사건을 의식한 듯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기업이 인류 행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발언과 함께 “행복동반자 경영을 해야한다” “실패했더라도 성과를 인정해줘야 한다”면서 상생 경영의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이건희 회장의 ‘샌드위치론’ 설파에 이어 “샌드위치 신세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한발 나아간 발언을 해 주목받기도 했다. 최 회장의 발언 내용을 정리하면 ‘행복 기여’ ‘동반자 경영’ ‘위기는 기회’ 등 매우 건설적인 내용이 많다. 따라서 주가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발언 후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최 회장의 발언 내용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김준배·이호준·황지혜기자,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