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PDP 등 평판 TV 시장 최대 격전지인 북미 지역에서 연초부터 달아올랐던 한일간 경쟁전이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계가 기선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나라 주요 업체들이 전세계 TV 시장의 화질과 디자인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소니·마쓰시타 등 일본 업체들이 올초 가격경쟁을 시작했으나 삼성·LG 등 국내 업체들이 맞불작전에 나선 결과가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비수기에 들어간 북미 TV 시장에서 어느 쪽이 또 다시 평판 TV 가격인하 경쟁에 나설지에 따라 올 한해 내내 양국간 TV 대전은 혼전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북미 시장조사기관인 NPD에 따르면 최근 현지 북미 지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이자 연초 TV 시장 호재인 NFL 리그가 끝난 가운데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계가 일본계 주요 업체들을 따돌리며 좋은 성적표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LCD TV시장에서 올 들어 최대 경쟁사인 소니에 단 한주만 점유율 1위를 내줬을뿐, 줄곧 20% 안팎의 점유율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PDP TV 시장에서도 지난해까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던 일본 마쓰시타와 연초부터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이달초에는 한주간 점유율 격차를 8% 가량 따돌리며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르도 LCD TV의 후광을 PDP TV에서도 받는 분위기이며, 기대밖의 실적 향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올 들어 북미 PDP TV 시장에서 필립스·파이어니어 등과 함께 점유율 10% 안팎에서 경쟁전을 펼치면서 3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세계 평판 TV 시장의 바로미터인 북미 지역에서 국내 업계가 이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올 한해도 시장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호조세가 연초 북미 지역 평판 TV 시장에서 국내 업계의 가격전략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PDP TV의 주류로 부상한 50인치대 제품은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시장가격이 2600달러 안팎이었으나, 올초 마쓰시타가 일부 대형 유통점에서 2000달러 수준으로 크게 내리자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계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맞받아쳤다. 올해 LCD TV의 주류인 40인치대 제품에서도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일본 소니에 맞서 1300∼2000달러 수준에서 가격경쟁을 주도하면서 기선을 제압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뱅크 홍주식 연구원은 “연초 시즌에 맞춰 일본계 업체들이 가격인하로 경쟁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국내 업체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면서 “조만간 신모델들이 대거 출시되면 기존 모델의 재고 해소를 위해 일본 업체들이 또 한차례 가격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