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IT 수출의 정석

 IT산업을 둘러싼 분위기가 흉흉하다. IT성장한계론까지 나온다. 그러나 누구도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IT가 한국 경제의 성장을 멈추게 한 장본인처럼 여겨지고 있다. IT 종사자들도 어느새 죄인이 된 것처럼 몸을 수그리고 있는 요즘이다.

 국민이나 언론이 IT가 한국 경제를 살리고 이끌어온 일등공신이라고 용비어천가를 불렀던 게 바로 엊그제다. 급작스러운 민심의 변화에 배반감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IT는 아직도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며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샌드위치론이나 성장한계론 등 IT위기론의 시발점은 수출이다. 수출 주력상품이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 특정제품에 편중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IT수출이 이만큼 성장해온 것은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대체상품들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발전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선진국과 후진국 간 기술격차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디지털 사회다. 샌드위치론의 실체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한국 IT산업의 숙제며, 이는 수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특정제품 위주의 수출을 IT정책이나 서비스, 시스템 중심 수출구조로 바꿔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서비스를 향유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은 물론이고 무선인터넷(와이브로)·DMB 등 통신·방송시스템, 금융결제시스템, 전자정부시스템 등 최첨단 IT를 활용한 다양한 시스템이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누리고 있는 IT환경을 그대로 수출할 수 있도록 정부 및 기업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게 IT성장한계론을 무너뜨리는 지름길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수출방식을 디지털 시대에도 그대로 답습한다면 잘못이다. 우리의 IT정책과 시스템이 수출된다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부품·단말기·SW 등의 수출확대는 물론이고 부가가치 또한 크게 높일 수 있다. 새마을운동이 개발도상국에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 한국의 IT정책과 시스템,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세상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면 IT코리아라는 브랜드가 창출하는 수출 기대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수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에 공감은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대부분 고개를 젓는다.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기에 지금부터라도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우리가 성공한 IT정책을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서는 이를 입안하고 실행한 전직 공무원들이나 정년 퇴직한 기업인들을 활용하면 된다. 그들을 통해 한국 IT를 전달하고 각각의 나라에 맞는 IT시스템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발히 펼치고 있는 IT장관 간 회담에서 우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특히 개도국에 대한 대대적인 IT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개도국 공무원과 IT리더들을 한국에 초청,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또 개도국에 IT진흥원 같은 기관을 세워주고 이를 운영하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개도국에 지원한 대외경제협력기금 중 IT 분야는 350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점차 경제 규모에 맞게 늘려 나간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치곤 너무 빈약하다. 중국이 올 초 발표한 아프리카 지원 계획에는 빚 탕감과 함께 50억달러에 이르는 차관과 수출금융 지원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10여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은 아프리카에서 중국이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맹주로 자처하게 된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IT 수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그래야만 IT가 다시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힘찬 박동을 할 수 있다.

양승욱 논설위원@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