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T산업 미래, 판매가 아닌 서비스에 달렸다

[ET단상]IT산업 미래, 판매가 아닌 서비스에 달렸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UCC를 사고팔 수 있는 소액결제 수단이 나와 화제다. 이를 통해 앞으로 동영상이나 사진, 문서 등 디지털 콘텐츠를 사용자끼리 가격을 정해 거래할 수 있게 됐다. 2007년 최고 히트상품으로 기대받고 있는 UCC가 이제 상품 가치를 가지게 된 것이다.

 UCC 결제 수단 개발처럼 IT 발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IT 분야 선두인 우리나라는 그런 의미에서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첨단 기술만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특별한 이유 없이는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다. 소비자가 필요성을 못 느끼면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그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기술의 진보 자체가 수익 증대로 이어지는 세상은 이미 지나갔다. 아쉽지만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 IT산업의 미래는 한없이 어둡기만 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우리는 기술의 진보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된 MS의 윈도비스타가 그렇고, 대한민국이 주력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기술이 그렇다. 많은 기업이 이에 주목하고 관련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기술의 진보가 득세하던 시절에는 기술의 진보 자체가 가치의 근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가치는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통한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에서 발생한다. 윈도비스타가 그저 윈도XP보다 성능이 개선된 운용체계라면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가치 창출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윈도비스타가 직장은 물론이고 가정에서의 생활을 많이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뀔까. 우선 직장 내 회의 풍경이 달라진다. 윈도비스타 사용자들은 회의 시간에 하나의 문서를 공동 작업하며, 결과물은 각자 컴퓨터로 자동 복제된다. 가정에서의 윈도비스타는 UCC 생산기지로 탈바꿈한다. 방송·동영상·음악 등 멀티미디어 파일을 TV나 모바일 기기가 연결된 윈도비스타 컴퓨터로 손쉽게 UCC를 생산할 수 있다. 컴퓨터와 디지털 라이프의 연결, 그것이 바로 새로운 서비스다.

 새로운 서비스는 지금 이 시간에도 도처에서 새로운 가치를 불러오고 있다. 보안장비의 대표격인 무인카메라(CCTV)와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는 인터넷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하며 가치를 재생산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매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노래방에서 자신만의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대형 할인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볼 수 있는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관련 업계는 재고관리나 입출고관리, 판매관리 등 매장관리를 통한 효율 증대를 넘어 전자게시판·전자메뉴판 등 영상서비스를 제공해 새로운 수익 창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시킨다. 이는 곧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근원이 된다. 앞서 말한 UCC의 예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의 UCC는 하나의 트렌드에 불과했지만 이젠 가치를 내재한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결제 서비스 하나가 UCC에 상품 가치의 숨결을 불어넣게 한 것이다. 물론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CCTV 자체는 소비자의 범죄 예방 필요를 충족시키지만 인터넷과 노래방 서비스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킨다. 서비스를 추가하자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 것이다.

 우리는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에 주목해야 한다.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데, 이는 지속 가능한 서비스 제공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IT산업의 미래는 새로운 서비스를 끊임없이 제공할 수 있는 단단하고도 견고한 서비스 플랫폼 구축에 달려 있다.

◆최영준 어드밴텍테크놀로지스 대표 atceo@adavnte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