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반도체 공정혁신 방법인 ‘엔드팹’은 지난 30여년간 선진 반도체업체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이다.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자가 도입해 그 성과가 증명된 엔드팹은 GM의 식스시그마나 도요타 생산방식처럼 한국발 반도체 공정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엔드팹은 ‘구리공정 도입 불가’로 이천공장 증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가 환경규제를 피해 이천공장을 증설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아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엔드팹이란=반도체웨이퍼를 생산하는 팹 공정은 크게 △초기공정(트랜지스터·커패시터 제조를 위한 이온주입공정 등) △폴리공정(트랜지스터와 커패시터 공정 등) △메탈공정(배선) 및 마무리공정(배선 완료 후 보호막을 씌우는 보호공정)으로 나눌 수 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생산절차는 초기공정과 폴리공정이 70∼75%, 메탈공정과 마무리공정이 25∼30% 수준이다.
엔드팹은 전체 공정 가운데 메탈 및 마무리공정만을 처리하는 팹을 의미한다. 최종공정에 해당하는 이 공정을 처리하는 시간이 초기공정과 폴리공정에 비해 1.3∼1.5배 길다는 점에 착안해 엔드팹 개념이 탄생한 것이다. 즉 생산라인에서 보틀넥이 생기는 지점의 처리능력을 이원화해 강화함으로써 전체적인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간단하다.
◇도입 현황 및 효과=현재 엔드팹 개념으로 운용되는 것은 삼성전자 11라인과 하이닉스 M4·M10E로 총 3개 팹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11라인 일부만을 엔드팹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어, 아직은 반도체업계 전체 트렌드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제조공정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면서 높은 이익률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업계의 연구 대상인만큼, 엔드팹 개념을 두고 세계 반도체업계의 연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드팹은 외형상 일반 반도체 라인과 똑같기 때문에 팹 설계를 기획하는 일부 특수관계자 외에는 새로운 개념인지를 모를 수 있다”며 “웨이퍼 제조공정은 전통적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부 공정만을 별도로 떼어내 처리한다는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천공장 증설 대안 되나=앤드팹의 개념은 웨이퍼 생산공정을 이원화하는 것이 그 핵심이라는 점에서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이 최종 불가 판정을 받을 경우, 그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40나노 이하에서 본격 도입될 구리공정이 현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엔드팹에서 처리하고 있는 메탈공정을 거의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구리공정을 도입할 수 없는 이천공장에서는 구리공정 직전까지의 70∼75% 공정을 소화하고, 구리공정이 가능한 청주공장 또는 제3공장에서 최종공정을 마무리하면 된다는 이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념은 다소 다르지만 전공정 처리를 거친 웨이퍼를 다른 지역의 후공정 공장으로 옮겨 패키징하는 사례가 많다”며 “좀더 검토가 필요하지만 하이닉스는 최악의 경우 이천과 청주 공장의 생산체계를 이원화하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이닉스 관계자는 “처리과정에 있는 웨이퍼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 추가 가공하게 되면 운송비용과 수율저하 등으로 인해 경쟁력을 크게 상실할 수 있다”며 “아직은 좀 더 연구해봐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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