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혁명은 시작됐다]로봇산업정책포럼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강당에서 열린 ‘로봇산업정책포럼’에서 로봇시연회를 하고 있다.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강당에서 열린 ‘로봇산업정책포럼’에서 로봇시연회를 하고 있다.

 국내 로봇정책의 주요 싱크탱크인 로봇산업정책포럼이 15일 두 번째로 열렸다. 로봇엔지니어·미래학자·문인·기자 등 사회각계 전문가 50여명은 포럼 산하에 TFT를 구성하고 지난 몇달간 로봇정책 발굴을 위해 고민해왔다. 포럼에서 발표된 각종 아이디어와 정책제안들은 차세대 로봇산업 육성에 중요한 좌표를 제시할 전망이다.

산자부는 15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대강당에서 로봇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문기구 ‘로봇산업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모임에는 150여명의 산학연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로봇산업 정책들이 제시되었다. 전문가들이 참여한 4개 분과별 TFT가 로봇 테마파크와 로봇펀드 조성, 로봇 클러스터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연구성과를 차례로 발표하고 뒤이어 토론이 벌어졌다. 포럼이 제안한 로봇산업의 미래 청사진은 상당수가 산자부의 로봇정책에 반영될 예정이다. 민간주도의 로봇정책 싱크탱크로서 로봇산업정책포럼의 활동은 현재까지 만족할 수준으로 평가된다. 포럼의 발표내용을 이슈별로 정리해 본다.

◇로봇랜드 조성=국제 규모의 테마공원인 ‘로봇랜드’는 다음달부터 유치를 희망하는 전국 16개 광역시도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선정작업에 들어간다. 수요창출팀의 류영선 박사는 연구발표에서 지능형 로봇분야에서 선도적 수요를 창출하려면 소비자가 직접 로봇제품을 접하는 대규모 복합 문화공간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지난 연말 로봇랜드 조성계획이 처음 발표되자 오락사업인 테마공원 건설을 정부기관이 주도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케네디우주센터, 디즈니랜드처럼 성공적인 테마파크는 해당 첨단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시장수요를 선도하는 데 기폭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초기단계인 지능형 로봇산업은 정부주도의 드라이브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수요창출팀은 우선 8월까지 16개 광역시도 중에서 예비사업자(지자체) 한 곳을 선정하고 기획예산처의 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경우에 한해 로봇랜드 사업자를 정하도록 권고했다. 지능형 로봇을 주제로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가 있는 연면적 20만∼25만평의 로봇랜드 조성에는 최대 29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자체 예산과 정부지원금, 민간자본까지 끌어들여도 쉽게 맞추기 힘든 예산규모다. 하지만 일단 로봇랜드가 완성되면 지역경제에 연간 2200명의 고용증대와 1300억원의 생산효과(입장객 200만명 기준)를 유발한다. 또 유치도시는 국제적인 로봇문화산업의 중심지로서 확고한 위상을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랜드 유치전에는 인천, 안산, 시흥, 대전 등 많은 지자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로봇랜드 설립에 필수적인 넓은 부지와 예산, 지리적 조건까지 고루 갖춘 경우는 드물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요창출팀은 로봇랜드를 단순놀이공원이 아닌 지역 SOC사업과 연계시켜 정부지원의 타당성을 제시하도록 권고했다. 류영선 박사는 “로봇랜드는 로봇소비자의 성향분석과 교육을 위한 테스트베드로서 산업적 파급효과가 크다”면서 “한국 로봇산업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창출팀은 또한 로봇산업의 장기적 수요창출을 위해 서비스로봇 시장검증과 로봇 우선구매, 보증보험, 세제지원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봇펀드 발행= R&D 혁신팀은 서비스로봇 시장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수요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1호 로봇펀드’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예산 중심의 지원방식을 개선해 일반인도 직접 로봇투자에 참여하고 제품 수요자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로봇펀드의 목표다. R&D혁신팀은 △기존 로봇업체와 일반인의 공동투자로 별도의 로봇제조사를 설립하거나 △자산운용사를 통해 로봇 R&D사업에 투자하는 두가지 방식의 로봇펀드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R&D혁신팀의 고경철 선문대 교수는 “아직 로봇펀드의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로봇펀드의 모델을 다음달 선정하고 공청회를 거쳐 1호 로봇펀드가 연말까지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R&D혁신팀은 국가 로봇 R&D사업의 효율을 높이려면 수요기관의 로봇개발 공동참여와 원천기술 사업화, 전문화된 평가관리 등 3대 혁신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로봇기업들을 △연구개발 △ 부품 및 SW △생산전문 △ 유통, 판매 등 4개 기업군으로 나눠 각기 다른 육성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경철 교수는 로봇산업은 초기 PC산업과 유사한 성장패턴에 들어섰기 때문에 일찌감치 연구개발과 부품 분야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생산, 유통부문은 기업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로봇윤리와 인력양성=인프라조성팀은 주제발표에서 오는 2011년까지 국내 로봇산업의 전문 인력수요는 1만명인데도 공급은 절반인 5200명에 그쳐 심각한 구인난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인력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고와 전문대의 로봇특성화를 지원하고 로봇동아리를 활성화시키는 등 로봇인력의 저변확대가 필요하다. 또 로봇전문대학원을 설립해 석박사 배출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로봇+IT+ 콘텐츠+홈네트워크 등 융합기술을 교육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인프라조성팀은 로봇기업들의 인력수요를 실사해 ‘차세대 지능형로봇 인력수급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최진영 서울대교수는 “일본과 한국의 로봇인력풀은 약 10대 1의 규모차이가 난다”면서 “융합기술을 익힌 로봇인력은 여타 첨단산업에도 유용하기 때문에 국가적 양성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봇윤리도 이번 포럼의 핵심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로봇윤리 워킹그룹을 이끄는 김대원 명지대 교수는 “인간과 공존하는 미래 로봇사회를 선도하기 위해 로봇윤리헌장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봇윤리헌장은 로봇자체의 행동 윤리, 로봇제조자, 로봇사용자 등 3개 부분으로 나뉘며 유럽(EU)의 사례를 참고해 오는 10월경 공표될 예정이다. 김교수는 로봇윤리는 상징적 의미로 끝나지 않고 실제 로봇제품에 적용가능한 가이드라인까지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로봇법제의 출현= 제도 정비팀은 △소방기본법 △정부구매 관련 법 △사회복지법 △건축법 △조세제도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제도정비팀의 서천석 변리사는 “로봇기동에 유리한 주거환경 구축을 위하여 건물내 문턱을 없애고 방화구역설치 완화, 로봇충전장치 의무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난구조, 소방업무를 위해 특수구조용 로봇장비를 조달품목에 공식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천석 변리사는 “사회복지차원에서 노인, 장애인을 위한 공공시설에 가정용 로봇을 우선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로봇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로봇을 위한 법적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오 로봇산업 정책포럼 의장(광운대 교수)

“지금까지 로봇산업정책들을 검토해서 정책의 경중과 우선순위를 다시 선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로봇산업 정책포럼 의장인 김진오 광운대 교수는 그동안 차세대 로봇산업 육성을 위해 부처, 지자체간에 경쟁적으로 발표해온 로봇산업 지원책들을 차분히 정리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로봇분야의 민간 싱크탱크로서 포럼의 역할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포럼이 창립한 이래 주로 산자부가 추진하는 로봇정책에 이론적 토대와 아이디어를 지원했다면 앞으로는 각 로봇정책의 타당성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지난 수년간 로봇육성을 내걸고 다양한 정책이 나왔지만 어떤 사안이 차세대 로봇의 산업화를 위해서 더 시급한가 생각이 부족했어요. 앞으로 2∼3개월은 그간의 로봇정책을 재조명하는 작업에 매달릴 예정입니다 ” 김진오 교수는 경영분석 전문가들을 포럼에 참여시켜 산발적으로 추진해온 로봇정책의 효율성과 성과를 재평가한 뒤에 효율적인 산업화 계획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다양한 민간전문가들이 로봇정책 입안에 참여하는 로봇산업정책포럼의 구성과 활동상은 국내 로봇산업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김진오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쏟아진 다양한 정책제안들이 실제로 반영되려면 정부차원의 로봇특별법 제정과 같은 고단위의 대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봇펀드를 비롯한 새로운 로봇지원책 대부분이 여타 부서와 이해가 얽혀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로봇특별법과 같은 제도적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차세대 로봇시장은 예상보다 빨리 열릴 겁니다. ”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