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애니 국산 판정지침 기준 `손질`

 국내에서 기획하고 동남아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외주를 주어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의 국산 판정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애니메이션 국산판정지침 기준이 완화된다.

국산물 판정을 받은 애니메이션의 경우 방송국 등으로부터 편당 판권 저작료를 통산 외산수입물의 5∼8배 정도 높게 책정받게 된다.

15일 방송위원회 산하 국내제작 애니메이션 판정위원회의 소위원회는 △배점 기준에서 기획·창작 분야 강화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판정 기준 △애니메이션의 정의 등을 중심으로 지침안 개정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개정되는 지침안은 이르면 이 달 내에 본 위원회에서 논의되며 이후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실제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제작 국내 기획부분의 배점을 크게 높여 국내 애니메이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취지다.

현행 국산 애니메이션 판정지침은 2002년 11월에 만들어져 변화하고 있는 제작 현실에 맞지 않고, 기획과 창작 역량을 낮게 평가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개정이 요구돼왔다.

 ◇기획과 창작 역량을 강화=판정 지침에서 가장 먼저 수정될 부분은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의 배점이다. 순수하게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의 경우 30점 만점에 20점 이상을 받아야 국내 제작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해외 합작 애니메이션의 경우 국내업체가 30% 이상 제작비를 투자해야 하고 30점 만점에 16점 이상을 받으면 국산물로 판정된다. 개정 지침안에서는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도 30점 중 16점만 충족시키면 국산물 판정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민경조 판정위원은 “국내에서 기획하고 제작은 동남아·중국에 주문자생산(OEM)을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역차별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 이 항목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점 항목에서 스토리 보드 등 기획 부분의 점수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이호준 방송위원회 평가분석부 선임조사관은 “산업의 흐름이 변함에 따라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의 정의도 새롭게=애니메이션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의 제작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새로운 도구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행 지침에는 △셀 △3D CG △스톱모션 △실사영화가 포함된 애니메이션 등을 ‘애니메이션’으로 정의돼 있다.

이교정 제작자협회 전무는 “단순한 동작 반복만 하는 것을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며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포괄적이면서 새로운 방법으로 창작되는 애니메이션을 정의해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원회 측은 정의에 대해 전문가 집단에게 자문을 하는 등 지속적인 개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에의 영향은 미지수=애니메이션 업계는 개정 움직임에 대해 “창작 애니메이션을 진흥·육성하겠다는 대의에는 동의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개정 지침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조금 더 지켜봐야 되겠다”며 즉각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개정 지침이 확정되지 않은데다가 국산물 판정 기준 변화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