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유명 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을 한국으로 들여와 온라인게임으로 개발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의 총체적인 기획력 부재· 기초 체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드래곤볼’, ‘건담’, ‘독수리오형제’, ‘신암행어사’ 등 이름만으로도 구름 같은 팬층을 몰고 다니는 일본산 캐릭터·주인공들을 내세운 온라인게임이 국내에서 잇따라 개발중이다.
당장 흥행성이나 인지도는 급속도로 커지겠지만, 한국형 캐릭터의 생산 및 발굴이 침체되고 궁극적으로 온라인게임의 출발점인 기획 및 캐릭터 설정이 일본시장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아이디어는 없고, 흥행에만 집착”=요즘 드라마·영화시장에 유난히 일본산 원작 콘텐츠를 가져와 성공시키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게임도 절차상 비슷한 경로지만, 특히 온라인게임 종주국임을 자부하는 한국이 일본에서 유명 캐릭터와 이야기를 가져와 쓴다는 것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업체 개발 실무자는 “자체 생산된 캐릭터나 시나리오가 개발팀 내부에서 조차 확신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윗사람들도 시장 파급력이 있는 캐릭터를 가져와 쓰면 어느 정도 매출은 보장되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확산되면서 게임 기획자들도 의욕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잘만 건지면 대박’이란 인식이 급속히 퍼지면서 일본산 콘텐츠 IP의 한국행이 신드롬처럼 번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역수출 등으로 만회해야 =이들 게임이 국내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확인된 인지도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으로 역수출되거나 해외 시장 매출을 늘리는 등의 결과물로 국내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만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훈 한국게임산업협회 실장은 “일본산 유명 콘텐츠가 일본내에서 개발돼 한국시장을 공략해 들어오는 것보다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 무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등 유관 지원기관과 시장 선도업체를 중심으로 토종 캐릭터·스토리텔링 관련 연구개발(R&D)를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