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 기술혁신, 가치혁신, 혁신도시…. 언젠가부터 분야를 막론하고 ‘혁신’이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혁신은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신기술을 매우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IT 분야에서는 특히 이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듯하다. 하지만 혁신이 항상 진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당장은 말이다. 종종 IT시장은 비즈니스 사용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은 남겨 둔 채 자기만의 생각으로 저만치 앞서 달려나간다. 이로 인해 비즈니스 사용자들이 그러한 신기술에 보조를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일을 간과하곤 한다.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 주된 목적을 둔 IT인프라스트럭처 라이브러리(IT Infrastructure Library·ITIL)도 그중 한 예다. ITIL은 IT 서비스의 가치를 확대하고 IT가 혁신적인 방식으로 비즈니스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으로, ITIL 기반은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각각의 프로세스가 의존하는 IT 프로세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또 ITIL에는 IT와 비즈니스 간의 부합을 돕기 위한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s)가 포함돼 있어 더욱 확실한 측정을 통해 기술과 고객의 요구(needs)는 평행선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ITIL의 최적 활용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지금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공급업체와 컨설턴트는 주로 IT 부서의 관점에서 ITIL의 장점을 바라보았고 기술적 관점에서 이를 구현하는 방법에 치중해 온 것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거의 아무도 기업이나 기업의 직원들이 실제 ITIL 기술을 수용할 준비가 됐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최근 시장에서도 이 점을 인식, 프로세스를 손쉽고도 명확한 방식으로 구현하는 작업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CA에서 가장 먼저 시도한 ‘ITIL 프로세스에 대한 고유 3차원 시각 지도’가 좋은 예다. 이 기술은 지하철 운송시스템에 비유한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ITIL의 서비스 지원과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는 ‘노선’과 ‘전철역’으로 비유되며, 지하철 노선도와 유사한 맵은 ITIL 프로세스들과 이러한 프로세스들이 다른 비즈니스 프로세스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이해하기 쉽게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IT 임원, 전략가, 기술 구현자 모두에게 공통 기준점을 제공해 이들이 자동화를 위한 ITIL 프로세스를 검토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모든 프로세스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절차와 기술, 조직적 변화로 인해서 ‘탈선’하는 일 없이, 더욱 쉽게 하향식(top-down)으로 조회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맵을 통해 프로세스 전체적으로 운영 및 전략, 전술 프로세스를 비롯해 프로세스들의 상호 의존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기획을 통해 서비스 관리 조직의 성숙도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러한 3차원 지도와 같은 개념은 ITIL과 IT 서비스 관리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즉 시장은 이젠 기술과 절차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게 된 것이다. 현재의 주안점은 ITIL의 개발 기술과 사용자의 비즈니스 필요성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데 있다.
오늘날 IT는 말로는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기업 특성에 맞춰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시장 상황에 맞추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ITIL 또한 유형(有形)의 제품이 아니며 어떤 문제에 대한 고정된 해결책도 아니다. 심지어 프로세스가 명확하게 정의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ITIL은 지속적으로 개선되며, 따라서 특정한 성숙도 목표가 달성된 후에도 개선을 향한 여정은 계속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ITIL은 비록 점진적이지만 IT 서비스 관리 프로세스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길’이란 점이며, 이러한 ITIL을 파악하는 3차원 지도와 같은 좋은 안내자는 꾸준히 개발되고 발전할 것이다. 훌륭한 지도만 있다면 비즈니스 성공을 향한 여정이 더욱 쉽게 그리고 흥미롭게 진행될 것은 자명하다.
◆김용대 한국CA 대표 Youngdae.Kim@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