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이후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정세 속에서 최근 북핵 폐기를 위한 6자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괄목할 만한 현상은 북미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는 점인데, 특히 세 가지 측면에서 뚜렷한 변화가 보인다. 우선 북미 간 직접 대화가 활기를 띠고 있으며 두 번째로 상호 관심사항에서 유연하고 융통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핵 폐기 초기단계 조치와 상응조치 구체화 등에 대해 실질적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2.13 합의로 결실을 봤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으로 초래됐던 상호불신의 벽을 상당 부분 허물어뜨렸다. 현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렸던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2월 27일∼3월 2일, 평양)을 기점으로 분야별 실무회담과 사업일정이 구체화되는 등 남북관계 복원이 이뤄지면서 실질적인 경제협력이 가능해지는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북미 수교 가능성도 비중 있게 검토되고 있다.
이 모든 결과는 북핵위기 상황이 호전됐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김대중 정부 이후 꾸준히 추진해왔던 남북화해협력정책의 성과기도 하다. 북한 핵실험과 UN 안보리 제재 하에서 제기된 ‘전쟁 불사론’이나 ‘전면적 대북봉쇄론’ 등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교류협력 흐름을 지속한 정부와 남북화해협력 세력의 노력은 높이 평가돼야 할 것이다. 대북봉쇄정책만을 주장해온 한나라당이 뒤늦게나마 정책적 수정을 모색하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북장관급 회담은 7개월 만에 남북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큰 틀에서 남북관계의 방향과 분야별 일정이 장관급 회담을 통해 구체화됐고 남북 간에 합의됐다. 또 그동안 실천되지 못한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도 진행됐다. 먼저, 이산가족면회소 건설 재개를 위한 적십자 접촉이 금강산에서 개최됐고 이산가족상봉, 철도시험운행 문제도 본격 협의되고 있다.
이제 ‘무엇이 지난 7개월간의 교착상태를 한순간에 화해 협력 분위기로 바꿨을까’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 화해협력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방향에서 실천적인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해법은 남북경제협력의 활성화를 철저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남과 북 모두가 긴밀한 경제협력을 통해 ‘공존공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며 이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최근 개성공단의 아파트형 공장 분양에 많은 기업이 몰린 것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지형이 확연히 변화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기업인은 개성공단이 중국과 동남아 국가보다 여러 측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남북관계와 국제관계의 불확실성으로 현실적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고 교류협력 활성화 준비도 매우 미흡했다. 이제 적극적으로 투자계획을 세우고 일을 진행시켜야 할 시점이다. IT산업은 물론이고 경공업·농업·상업·광업·수산업 등 전 분야에 걸쳐 경제교류를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이 자신감을 가지고 개혁과 개방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6년 넘게 추진된 화해협력정책의 성과가 구체화될 수 있도록 남북경제협력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고 경제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경협모델을 발굴하고 남북관계의 중장기 추진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북한과의 지속적인 경제협력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중심고리며, 대결과 냉전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 한반도·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성 열린우리당 의원 choisung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