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풀린 통신시장](2)문턱을 낮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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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리오 1. 문턱은 낮아졌지만 새로 진입하는 사업자가 없다. 들어가봐야 그다지 먹을 것도 없고, 오히려 기존 시장 지키기도 어렵다고 본 사업자들이 소극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결합판매가 초기엔 반짝 활기를 띠더니 갈수록 시들하다. 경쟁촉진으로 인한 통신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무색해졌다.

 #시나리오 2. KT와 SK텔레콤의 파상공세로 시장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칸막이 규제를 없애버리자 무한경쟁에 내몰린 후발사업자들이 휘청거린다. 사업 매각이나 M&A 등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통신시장엔 2∼3개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다.

 

 3·15 통신규제 정책 로드맵이 가져올 우려를 가정해 봤다. 통신시장에 들어올 문턱을 낮췄지만 경쟁이 예상보다 일어나지 않거나 아니면 너무 과도하게 일어나 부작용이 예상되는 극단적인 경우다. 그대로 되지 않겠지만 개연성은 충분하다.

 ◇신규 진입은 어차피 기대난=규제 로드맵의 핵심은 진입규제 완화지만 대상은 기존 통신사업자에 국한된다. 비통신기업이 진입할 수도 있지만 일단 처음 한번은 기간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다 굳이 포화한 시장에 위험을 안고 들어오기 쉽지 않다.

 양환정 정통부 팀장은 “신규 사업자가 많이 들어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면 굳이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쓸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새로 들어오는 사업자는 사라졌고 기존 사업자는 칸막이 규제로 경쟁을 제한받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얘기다. 적어도 칸막이를 없애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그러다 보면 경쟁력을 높여 기업과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불러오지 않겠냐는 판단이다.

 ◇경쟁효과 제대로 날까=정통부의 기대와 달리 경쟁효과가 반드시 크다고 보장할 수 없다. 문턱을 낮췄는데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자가 진입을 포기할 경우 강제할 방법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가령 SK텔레콤의 시내전화 시장 진출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성은 낮다. 낮은 유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추가투자비 등으로 진입에 따른 실익보다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이다.

 결합판매는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경쟁유발 요인이지만 역무통합이라는 더욱 큰 그림과 재판매·MVNO와 같은 도매규제 정책이 확정돼야 온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변화 속도를 규제완화 속도가 못 따라가는 것도 문제다. 정통부는 기대만큼 경쟁이 활성화하지 않을 경우 도매규제를 비롯한 규제완화 일정을 더욱 앞당기고 완화폭도 시장상황을 봐가며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쏠림 현상 가속화 우려 여전=KT와 SK텔레콤이 막대한 자금력과 마케팅력을 동원해 수요를 견인하면 시장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 재판매나 MVNO 역시 규제를 풀었다고는 하지만 누구나 사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T와 SK텔레콤에는 낮은 문턱도 자금력이 달리는 후발사업자에는 높을 수 있다. 후발 업체의 모 관계자는 “규제완화가 필연적이라 해도 속도는 너무 빠른 것 같다”며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통부의 방침은 확고하다. 3∼4년 전만 해도 KT를 제외한 유선업계는 존립 위기를 겪는 등 후발사업자들의 상황이 안 좋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 LG텔레콤이 누적적자를 해소했고, LG데이콤이 흑자를 내는 등 후발사업자들도 이제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선발사업자들이 LGT의 기분존 등 신규 서비스를 내놓는 후발사업자들을 역무침해라는 빌미로 뒷다리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규제완화가 후발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신규상품을 내놓고 수요를 확대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