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벵갈루루의 우주개발기구(ISBRO)가 우주로 쏘아올린 캡슐 회수에 성공하면서 인도는 2014년 유인우주선 발사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이틀 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지구촌 경제의 힘이 인도·중국으로 이동 중이라는 의미심장한 결론을 재확인했다.
2월1일. 인도에 꿈같은 소식이 날아 들었다. 미국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인도의 국가 투자등급을 ‘투자적절’로 한단계 상향조정했다. 지난 91년 이래 16년만의 햇살이다. 1인당 국민소득 800달러인 인도에서 1주일 여 동안 일어난 일이다.
인도에서는 외국기업의 투자 소식이 매주 쏟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PTI통신은 “IBM이 2009년까지 인도에서 총 60억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한 프랭크 컨 IBM 아태담당 사장의 말을 전했다. 주목할 것은 내년도 SW 수출액을 지난 해의 2배가 넘는 520억달러로 잡은 인도가 제조업을 향해서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도 산학협력을 통해 제조업에 눈뜨고 있다. 농업국 인도는 ‘농업→서비스(SW)→제조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산업발전단계를 ‘농업→제조업→서비스’로 규정한 로스토우 교수의 경제발전론을 거스르고 있었다.
◇국가신용등급 상향 투자·인프라 물꼬=2월 첫날 인도 언론들은 들떠 있었다. 이날 인도 타타그룹이 브라질 업체를 제치고 영국계 코러스철강을 인수했다는 소식 때문이었을까. 모든 신문의 1면톱은 글로벌 500위에 진입한 타타그룹의 소식으로 도배됐다. S&P의 국가 신용등급 투자적격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소식은 준톱으로 밀렸다. 인도타임스는 ‘전 세계가 알고 있는 것, 즉 인도는 투자할 만하다는 사실을 S&P가 인정했다’고 썼다.
이미 무디스가 지난 2004년에 인도 투자등급을 올렸고 지난해 8월 피치가 뒤를 이었다.
인도통상산업성에 따르면 외국의 대인도 직접투자(FDI) 누계치는 지난 9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481억74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기할 것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FDI가 전체의 약 20%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인도가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달러와 인프라 부족이란 가뭄에 시달리는 인도인에게 이번 소식은 외국인들의 FDI 확대라는 단비와 같다. 1인당 국민소득 800달러에 불과한 이 나라는 지난 1991년 심각한 외화부족으로 투자부적격 국가로 추락했다. 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온 만큼 S&P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은 보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튿날 호텔에서 우연히 인도의 달러난을 확인할 수 있었다. 1박에 310달러를 받는 첸나이의 5성 호텔 메리어트 코트야드호텔. 프론트데스크 담당자는 “10달러를 루피로 바꿔줄 수는 있지만 달러화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10달러를 220루피로 바꿔주면서 영수증까지 써 주었다.
우연치고는 신기하게도 S&P의 발표를 전후해 지금 인도에서는 외국인 투자발표가 쏟아지고 있었다.
1월 중순 미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삼성전자는 첸나이에 LCD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2월 1일 첸나이에서는 볼보가 버스공장을 7월까지 설립하고 7월까지 본격 생산에 들어가겠다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스웨덴 부총리가 함께 했다. 하루 뒤 소니에릭슨은 상반기 중 공장에서 본격 생산에 나서겠다는 발표를 했다.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인프라에 관한 한 복지부동인 것 같았던 인도 공무원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첸나이 외교관거리에 자리한 일급 호텔에서조차 불빛이 깜빡거려 전력이 불안정함을 미진하나마 느낄 정도. 시내로 나가보면 버스 등 교통수단의 헤드라이트가 밤의 첸나이 거리를 밝히는 주요 수단일 정도다. 이런 모습을 반영한 듯 지난주 비즈니스위크는 인도의 인프라 부족을 내세워 인도의 진출이 험난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한주일동안 벵갈루루와 첸나이 현지에서 머무는 동안 외국기업의 인도 투자 소식과 인프라 구축 소식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졌다.
벵갈루루뉴인디언익스프레스는 벵갈로르 시 당국이 4월부터 위성도시 비다디시 구축에 착수한다고 1월 29일자 톱기사로 보도했다. 지어서 운영하는 방식, 이른바 BOO(Build, Operate and Own)방식이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4년간 모두 9000에이커의 면전에 총 5개의 위성도시를 만들어 벵갈루루의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시 남쪽에 있는 이 도시에서 서쪽으로 21.2km에 이르는 공항고속도로도 설계됐다.
벵갈루루 대학에서 바이오메틱스를 전공하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우마씨는 그동안 인도 군소속 HAL(Hindu Aeronautics Limitde)에서 관할하던 벵갈루루 공항도 확대 이전한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컨소시엄을 맺은 시 정부가 현지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공항을 확대해 공사중이며 올 12월부터는 HAL관할의 현 공항에서 신청사로 옮긴다는 얘기였다.
첸나이의 중심도로인 인포메이션 로드. 중심가를 벗어날 즈음 좌우로 타이들파크를 만난다. 10층 내외의 건물들을 지나서 쭈욱 나가면 고가철도도 구축돼 있다. 주변에 드문드문이긴 하지만 보이는 개인건물들을 빼고는 우리나라의 안산공단처럼 대여섯집 건너 한집꼴로 액센추어 HCL 등 대형 IT기업들의 건물들을 지나칠 수 있다.
세계 5대 스위치 제조업체인 익스트림네트웍스의 첸나이 지사장 마리씨는 “첸나이 시정부가 20km에 이르는 도로를 포장하고 주변을 IT건물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첸나이 힌두뉴스에 나온 첸나이시정부의 지하철 건설 뉴스를 알고 있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친 김에 하드웨어까지=익스트림네트웍스는 시스코·주니퍼 등에 이어 4∼5위를 차지하는 글로벌 데이터통신 장비업체. 첸나이 지사장인 마리씨의 사무실은 언뜻 SW를 설계하는 여느 회사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가 설명을 마치고 한 쪽 문을 열자 우리나라의 구로공단의 조립라인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통신용 스위치가 10층 정도의 선반에 놓여 40평 정도의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다. 하드웨어를 가져와 SW를 이식해서 인도 전역에 공급한다고 했다. 2년전 시작했는데 매년 250%씩 성장하고 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IIT마드라스의 전기공학과 공학동 3층. 전전왈라 교수(53). 그는 산학협력으로 14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협력책임자인 업체 관계자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가니 그의 연구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수행하는 프로젝트들이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다.
전전왈라 교수는 이곳에서 협력업체와 함께 유무선 인터넷 무선 중계기를 비롯해, 영상전화시스템, 텔레컨퍼런스시스템, 원격진료시스템 그리고 일본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자동현금입출금기(ATM)까지 만들어 내놓고 있었다.
비디오콘은 지난해 2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인도기업. 2일자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에 난 비디오콘의 2006년 결산보고서는 인도전자의 무서운 자신감을 읽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761억루피(한화 약 1조8000억)를 기록했다.
인도 첸나이 국립박물관에는 인도 각지에서 발굴된 신상을 모아놓은 브론즈 박물관이 있다. 이슬람교도인 압둘 칼람 대통령이 다녀간 사진이 시바신 브론즈 밑에 찍혀있다. 전국민의 80%가 힌두교도는 이슬람교도를 대통령으로, 시크교도를 총리로 삼아 비상한 머리로 화합하면서 세계 IT지도를 바꾸려는 부단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인도는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이재구팀장@전자신문, jklee@, 김규태기자, 김용석기자
◆인터뷰-아쇼크 전전왈라 인도공대 교수
마드라스 인도공대(IIT마드라스)에서 산학협력을 통해 성공사례를 이끌고 있는 대표격인 전기공학과 전전왈라 교수는 세계적인 공대인 국립 IIT마드라스의 산학협력에 정부의 지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학교는 꼭 우리나라 70년대의 대학교 같았지만 그 내부의 개발열기는 뜨거웠다.
-언제부터 산학협력을 시작했는가.
▲약 20년 됐다.
-최초의 산학협력 사례는.
▲WS인터스트리와 E1 멀티플렉서 개발을 했다.
-언제부터 산학협력에서 성공적인 결실을 거뒀는가?
▲80년대 중반에 최초로 성공을 거뒀지만 큰 성공은 아니었다. 큰 성공은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우리가 시작한 코덱트프 로컬무선망 프로젝트가 대표적 성공사례인데 약 2억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산학협력에 정부의 지원이 있었는가?
▲중앙정부의 지원은 없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인도의 IT산업 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