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통질서 `지각변동`

 영화 부가판권이 타 시청수단으로 옮겨가는 시간을 뜻하는 이른바 ‘홀드백(Hold Back)’ 기간이 점점 단축되면서 DVD유통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통상 영화 종영 후 약 1년이던 홀드백 기간이 최근 급격히 파괴되면서 기존 영화 유통 질서에 대규모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홀드백이란 극장에서 관객을 상대로 수익을 거둔 후 비디오타이틀이나 DVD와 같은 렌털 혹은 셀스루 매체로 수익을 거두고 다시 케이블TV의 영화채널과 공중파방송등으로 순차적으로 시차를 두고 상영하는 과정에서 한편의 영화가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실제로 이 ‘라디오스타’ 같은 영화는 DVD가 출시되기도 전에 지상파 방송을 타면서 비디오/DVD 대여점주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는 등 이해 관계자들간의 갈등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홀드백 파괴 영화 속속 등장=일반적으로 영화는 ‘극장 개봉->DVD(비디오)->케이블TV->지상파TV’ 등의 순서로 시장에 공급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위 ‘대박’이 난 영화 위주로 이같은 공식이 깨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DVD 출시 이전에 티유미디어의 위성DMB 서비스에서 방송됐다. 1200만명 이상이 극장을 찾았던 영화 ‘왕의 남자’는 2006년 4월 종영 후 약 6개월만인 지난해 11월 SBS를 통해 첫 방영됐다. ‘라디오스타’는 극장 종영 후 불과 4개월여 만인 지난 1월에 TV 시청자와 만났다.

홀드백 기간 단축이나 순차 변경이 진행되는 것은 DVD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등 부가판권 시장이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DVD나 TV 외에 케이블방송이나 IPTV 등 영화를 볼 수 있는 다양한 매체가 속속 생겨남과 동시에 불법 온라인 다운로드가 만연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순차 파괴 따른 진통=DVD/비디오 대여 시장 관계자들은 이같은 홀드백 순차 파괴가 영화와 지상파방송 및 케이블TV의 중간에 낀 DVD 셀스루 업계를 ‘두번 죽이는’ 행위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영상음반유통업협회, 문화콘텐츠대여업협회, 전국대여점주연합회(가칭) 등 단체는 최근 ‘라디오스타’가 DVD 출시도 되기 전에 지상파방송에서 방영됨으로써 대여료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배급사 시네마서비스에 보상을 요구했다. DVD 시장이 안그래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되면 DVD 대여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네마서비스 측은 “이번 경우는 KBS가 방송80주년을 기념해 특별 기획한 예외적인 경우”라며 “앞으로 지상파 방송 공급은 ‘DVD/비디오 출시 후 6개월’로 홀드백 기간을 지키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한반도’를 지상파TV에 공급한 CJ엔터테인먼트도 비디오/DVD 대여점주들로부터 이같은 요구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박 영화, 지상파TV서 반드시 환영받지는 못해=‘라디오스타’의 경우 이번 KBS 방송에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해 어느 정도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하지만 SBS가 20억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조달한 ‘왕의남자’는 15.4%로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흥행 대작=높은 시청률’이라는 등식이 깨지면서 지상파 방송국들은 고가의 대작 영화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영화사를 새로 쓴 ‘괴물’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 대상 매물로 나왔지만 판매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배급사들은 대박 영화와 비흥행작을 패키지로 공급하려 하고, 방송사들은 시청률 보장이 예상되는 흥행 영화만을 구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