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샨다인터렉티브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로부터 차기작 ‘창천’의 중국 퍼블리싱권자로 선정되면서 게임업계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샨다는 불과 두달 전까지만 해도 위메이드로부터 중국 베이징인민법원에 자사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에 대한 표절 혐의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당했고, 최근 액토즈소프트 소액주주로부터도 고소 당한 회사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대표 박관호·서수길)는 삼국지 소재의 차기주력작 ‘창천’을 샨다인터렉티브를 통해 중국에 퍼블리싱키로 하는 계약을 21일 오후 중국 현지에서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수출가를 공개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위메이드 측은 이날 계약금액과 러닝로열티 수익배분율을 극비에 부쳤다. 업계에서는 자연스레 지난 2월 초 샨다와의 소송 취하 이후 액토즈소프트 보유 지분 매입에 이은 ‘부적절한 거래’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중국에서 한국게임을 표절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될까 두렵다”는 심각한 우려까지 나타내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샨다는 그야말로 무명의 회사였다가 위메이드·액토즈 공동소유권의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를 서비스하면서 나스닥에게까지 오른 회사다. 동시에 ‘미르의 전설2’를 서비스한 지 1년도 채 안돼 뒷전에선 이를 모방한 자체 개발작 ‘전기세계’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상도의와 신의를 저버린 회사다.
이후 ‘전기세계’는 중국 온라인게임 1위까지 치고 오르고,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전반적인 기세도 급격하게 꺾이게 된다.
국내 업계에선 이번 위메이드의 결정을 놓고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지적재산권을 무참하게 밟아버린 당사자에게 어떻게 게임서비스를 또다시 맡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를 숨기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들 “은밀한 거래에 포함됐던 것”=샨다인터렉티브 대표인 준탕 액토즈소프트 사장을 비롯한 4명을 고소한 액토즈소프트 소액주주 측은 “이미 여기까지 진행되는 것은 알고 있었던 사실이며, 소송을 취하한 대가의 연장선 아니겠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나스닥 주가 관리상 치명적 악재였던 소송 문제를 해소하는 대가로 위메이드 측이 챙긴 것중에 이번 계약도 포함되지 않았느냐는 분석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샨다와 위메이드가 계약금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금액규모에 이면 합의의 성격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게임 표절 확산 계기될까 우려=이제 중국에서 한국 게임업체가 현지 업체를 상대로 지적재산권 소송을 걸어 승소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졌다.
최근 인기 한국산 게임을 조잡하게 베낀 몇몇 중국산 게임들이 버젓이 서비스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손을 쓸 수 없다는 점은 한국게임산업 전체에 치유할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한 게임업체 대표는 “이제는 어떤 표절이 자행되더라도 돈과 이면합의로 종국에는 다 풀어질 수 있다는 아주 안좋은 선례가 남게 됐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