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플래시메모리 및 메모리카드 분야 세계 최대 업체인 미국 샌디스크와 4비트 멀티레벨셀(MLC) 낸드플래시의 개발·생산을 전담할 합작사를 설립한다.
하이닉스반도체(대표 우의제)는 샌디스크와 플래시메모리 제품의 특허 상호 라이선스 및 판매 합작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고 21일 밝혔다. 합작사는 양사가 현금 또는 현물로 동일하게 투자하며 4비트 MLC 제품의 개발·생산을 전담하게 된다.
4비트 MLC는 한 셀당 4비트를 저장하는 차세대 낸드플래시 기술이다. 이론적으로 같은 공정에서 2배 용량의 플래시메모리를 실현할 수 있어 미세공정화와 더불어 메모리용량 확대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기술은 메모리 셀당 1비트를 저장하는 싱글레벨셀(SLC)과 셀당 2비트를 저장하는 2비트 멀티레벨셀(MLC)이다. 셀당 저장 용량이 늘어나면 필요한 셀 개수가 줄어들어 제조원가가 절감되며 제품 크기도 작아져 대용량화가 쉬워진다.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전략기획실 전무는 “도시바에 이은 샌디스크와의 특허 상호 라이선스 계약을 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됐으며, 특히 차세대기술인 4비트 MLC 개발에 역량을 한층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뉴스의 눈-미세공정·원가경쟁력 만회 승부수
이번 합작사 설립으로 하이닉스반도체는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4비트 MLC 낸드플래시 사업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으며 전 세계에 가장 넓게 깔려있는 샌디스크의 유통망을 활용해 낸드플래시 판매를 늘릴 수 있게 됐다. 또 샌디스크는 일정 수준의 특허 라이선스비를 챙기면서 낸드플래시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해 메모리카드사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낸드플래시 관련 IP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샌디스크와의 상호 라이선스 계약으로 특허 분쟁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하이닉스는 특허 분쟁을 벌여온 일본 도시바와도 포괄적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해 특허로 인한 낸드플래시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하이닉스는 삼성전자·도시바에 비해 객관적인 미세공정과 원가경쟁력에서 뒤처진 낸드플래시 사업의 명운을 이번 합작에 건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미세공정 및 대용량화 로드맵을 4비트셀 개발에 초점을 맞춰 수립할 정도로 4비트셀 낸드플래시 사업화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이닉스는 공정 미세화(52∼55나노)를 통해 차세대 용량인 16Gb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있는 삼성전자·도시바 등 경쟁사와 달리 4비트셀 기술을 적용해 16Gb급의 대용량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 아래 4비트셀 개발에 최적인 57나노 공정을 전격 채용해 놓은 상태다. 하이닉스가 이번 합작으로 4비트셀 낸드플래시를 연내 개발해 출시하게 되면 경쟁사에 뒤진 공정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는 당초 4비트셀 원천기술 소유업체인 이스라엘 엠시스템스와 계약을 하고 4비트셀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으나 지난해 엠시스템스가 샌디스크에 합병되면서 이번 하이닉스-샌디스크 합작사 설립이 예견돼 왔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