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리더스포럼]IT기획원을 만들자

[IT리더스포럼]IT기획원을 만들자

서방 선진국들이 200∼300년 걸려 이룩한 산업화를 우리나라는 불과 40여년 만에 해냈다. 지구상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빨리 달성한 것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가능했던 것은 가난을 탈피하려는 모든 국민의 합의 바탕 위에 열심히 노력한 게 주된 원인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기획하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서 진두지휘해온 정부의 역할이 없었다면 지금의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는 지식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변모해가는 새로운 세기의 출발점에 서 있다. 산업화에 뒤져 겪게 된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정보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왔으며, 어느 정도 결실도 이뤄 정보통신 강국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도달했다. 정보통신부 명칭도 우리나라가 처음 사용했고 그 이후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의 정통부를 벤치마킹해 유사하게 부처 이름을 바꿔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은 어떤가. 전반적 추세인 통신·방송 융합의 걸림돌 하나 제대로 정리 못하고, 벌써 몇 년째 오락가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방 융합 서비스 기술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해결했다. 제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하고도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된 상태다. 이러고도 정보통신 강국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디지털 TV방송 표준 문제도 논란을 거듭하며 4년이란 세월을 허송한 바 있다. 많은 비용과 산업 경쟁력을 허공에 날려버린 것 외에 얻은 것은 무엇일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정보통신 산업 환경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가 이렇게 갑론을박만 되풀이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고작 정통부와 방송위를 1 대 1로 통합해 정통부 간판을 내리고 방송통신위원회로 바꾸는 것으로 돼 있다. 물론 새로 구성될 방송통신위에 독임제적 기능을 추가해 기존의 정통부 역할을 한다고 하나 산업자원부와 문화관광부는 이번 기회에 독임제적 산업 진흥 기능을 떼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IT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정통부의 간판을 이렇게 쉽게 내려도 괜찮은지 안타까운 심정이다.

 미래의 사회는 정보화가 한층 더 고도화될 것이다. 통·방의 융합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IT와 융합이 일어나고 심화할 것이다. 교통 분야도 IT가 도입된 지능형 교통 체계로 변화되고, 의료 분야도 IT와 융합된 의료체계로 변모될 것이다. 물류 분야도 RFID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며 모든 분야가 해당된다. 그러면 융합할 때마다 1 대 1 통합을 거듭할 것인가.

 인류의 역사는 제3의 물결에 휘말리고 있다. 산업화의 제2 물결과는 사뭇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제3의 물결을 잘 헤쳐 가기 위해서는 이를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산업화 시대의 경제기획원과 같은 IT기획원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현 정통부를 모태로 해도 되고, 재경부의 기능을 새롭게 해도 가능할 것이다. 정부 기능을 줄이고 민간의 자율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원이 빈곤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집중해 효율화를 기해야만 제3의 물결에서 앞장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임주환 광운대학교 석좌교수 chyim1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