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신시장은 그야말로 예측 불허다. 결합판매가 허용되고 역무통합이나 도매규제 같은 새 환경이 과거 10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들었다. 정체한 통신시장에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되겠지만 무한경쟁 환경으로 던져진 통신사업자들의 고민은 깊다 약한 부분은 강하게, 강한 부분은 더욱 강력하게 이끌어가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할 때다. 기간통신업체 마케팅 총괄 임원들을 통해 올해 통신시장 판도와 각사별 전략을 파악해본다. 첫 타자는 시장 판도를 쥐락펴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KT다.
“3G 재판매는 좀 천천히 가려고 합니다. KTF가 주력하니 우리는 오히려 2G에 더 신경을 써야지요.”
지난해 말부터 KT 마케팅부문을 총괄한 이병우 전무(51)는 뜻밖에 3G 속도조절론과 역할분담론을 내세웠다. 그동안 KT가 재판매 허용여부를 둘러싸고 경쟁사와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사뭇 다른 입장이다. 항간에 떠돌았던 ‘KT가 3G 재판매를 통해 올해 90만명 가입자를 확보할 것’이라는 얘기도 일축했다. 가능하지도, 그렇게까지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 이 전무의 말이다. 이미 3G 이전의 타당성이나 정당성을 충분히 검증됐기 때문에 이제는 소비자 기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존 고객 중 원할 경우가 아니면 먼저 3G 이전을 권유하지 말라는 내부 방침도 정했다”고 귀띔하는 이 전무는 3G 보다는 고객에게 최고의 네트워크 가치를 제공해주는 광가입자망(FTTH)의 의미를 전달하는 마케팅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KT는 2월부터 고객의 안방까지 광케이블을 직접 연결한 100% FTTH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위한 투자금액이 올해만 4000억원을 넘는다. FTTH 서비스는 기술 특성상 최장 20㎞까지 고품질의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고 사용자제작콘텐츠(UCC)나 IPTV와 같은 많은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까지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네트워크 진화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FTTH를 구축하면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이 전무는 “3년안에 전국에 FTTH 망을 다 깔면 이용자들의 통신 생활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노후화한 ADSL 망의 FTTH 교체 등으로 기존 메가패스 서비스의 요금체계에 다소 혼선이 빚어진다고 보고 이르면 내달 중 메가패스 상품 체계 개편 및 신규 요금상품을 준비 중이다.
유선전화의 화려한 변신도 역점을 둘 분야다. 우선 내달 중 부가기능이 많고 디자인이 슬림한 디지털 가정용전화(DCP)를 출시해 휴대폰에 밀려난 집전화의 재기를 노린다. 특히 전자파 위험이 거의 없는 유선전화의 장점을 적극 부각시키기 위해 안(Ann)폰을 유기농매장에서 판매하는 등의 톡톡튀는 방안도 고민중이다. 이 뿐만아니라 그동안 가족 전체가 공통으로 써온 집전화를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쓰는 전화로 탈바꿈시키는 마케팅도 벌일 계획이다. 가만히 앉아서 매년 수천억원씩 유선전화의 적자를 감수하기보다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을 통해 부활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결합판매 전략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미 외부 기관에 결합상품 브랜드를 의뢰하는 등 상당한 준비를 마쳤지만 미리 전략을 노출하기엔 곤란하다는 것이다. 다만, 최적의 상품구성과 적정한 할인율로 결합상품 시장을 초기부터 선점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이전무는 올해 IPTV 법제화와는 무관하게 메가패스TV 가입자를 30만명으로 늘려 융합 서비스로 가는 길목싸움에서도 뒤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