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을 둘러싼 특허 공방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노키아가 퀄컴을 상대로 특허 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브로드컴도 미국 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을 앞두고 퀄컴을 다시 코너로 몰아붙이고 있다. 퀄컴도 이에 맞서 버라이즌·보다폰·모토로라·LG전자와 함께 ‘퀄컴 연합군’을 재결성하고 여론몰이를 시작하는 등 퀄컴을 둘러싼 특허 전쟁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로드컴이 제기한 퀄컴 칩 기반 휴대폰의 미국 반입 금지 요청서와 관련한 최종 ITC 판결이 임박하면서 퀄컴 진영이 재결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만약 ‘브로드컴 판정승’으로 끝나면 업계에 끼칠 파장이 크기 때문. 판결 결과에 따라 자칫 퀄컴 칩을 탑재한 모든 제품이 미국 내에서 유통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브로드컴은 추가로 WCDMA 탑재 제품뿐 아니라 퀄컴이 독점 공급권을 가진 EVDO 칩을 탑재한 단말기 수입도 금지해 달라고 요구해 관련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모토로라·삼성전자 등 단말기 업체 입장에서는 자칫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극한상황에 몰릴 수 있다. 음악·동영상·웹 브라우징 서비스를 위해 EVDO 네트워크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스프린트와 버라이즌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리처드 린치 버라이즌 CTO는 “ITC가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다면 미국 내 차세대 무선 브로드밴드 기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ITC는 지난해 10월 퀄컴이 브로드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으나 퀄컴 칩을 장착한 휴대폰의 미국 판매에 대한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퀄컴은 이에 앞서 이달 중순 특허 침해 소송과 관련해 브로드컴과 특허 분쟁 일부를 해소키로 합의했다. 두 업체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미 연방 지방재판소에 계류 중인 특허 침해 소송에서 양사 제소 일부를 취하하는 데 합의한 상태였다. 이번 화해로 퀄컴 특허 4건과 브로드컴 특허 6건에 대한 상대방 제소가 취하됐다. 퀄컴은 오랫동안 특허 분쟁을 벌여온 브로드컴과 화해하면서 한시름 놓는 듯했으나 브로드컴이 ITC 판결을 앞두고 ‘강수’로 돌아서면서 다시 분위기가 냉각된 상태다. ITC는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 후 5월 8일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노키아는 기습적으로 퀄컴이 가진 CDMA 특허가 유럽에서 유효 기간이 지났다며 독일과 네델란드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다음달 최종 로열티 협상 시한을 앞두고 퀄컴을 압박하기 위한 물밑 작업으로 보인다. 노키아는 TI 칩을 자사 휴대 단말기에 사용 중이며 퀄컴과 TI는 지난 2000년 ‘특허 라이선스’를 체결해 결과적으로 퀄컴의 특허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번 소송은 유럽연합(EU) 내에서도 특허 분쟁이 많은 독일 만하임 지방재판소와 네델란드 하그 지방재판소에서 진행된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노키아, 유럽서 CDMA 무효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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