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쟁 환경이 치열해지면서 이제 ‘기술은 기술자가, 경영은 경영자가’라는 이분법적인 방식으로는 기업창업이나 기술사업화(R&BD)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연구개발(R&D) 성과를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기술지식과 경영지식을 함께 갖춘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다. 최근 정부·대학·기업이 이 같은 상황에 인식을 같이하고 기술경영(MOT:Management of Technology)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지와 한국산업기술재단은 MOT 전문인력의 중요성과 현황,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5회에 걸쳐 집중조명한다.
“지금은 기술의 컨버전스뿐만 아니라 기술과 경영이 컨버전스되고 있다.”(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기술을 모르고 훌륭한 경영자가 될 수 없다.”(백우현 LG전자 사장)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한 벤처기업이 쉽게 쓰러지는 것은 경영 능력의 부재가 원인이다.”(손욱 삼성인력개발원장)
LG전자는 10여년 전부터 경영에 기술을 접목한 MOT 프로젝트를 도입했고 삼성전자 역시 기술경영 프로그램을 마련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특히 지난 2005년부터 MOT 프로젝트를 공격적인 형태로 틀을 바꿔 미래 시장을 선도할 대박 신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R&D 단계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적인 교육과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문환 LG전자 부장은 “LG전자는 R&D 사업화와 기술가치평가, R&D 프로젝트리더(PL) 양성 등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차세대 성장엔진이 될 PL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KAIST 테크노MBA 과정 등 외부 교육과정에도 파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기업들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도 이공계 학생들에 대한 경영교육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MOT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MOT 전문인력은 문자 그대로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관리·평가·사업화에 이르는 R&D 전 주기 과정 및 기업 내 기술혁신관리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MOT는 경영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존의 MBA와는 달리 기술 관점에서 기술을 찾고 기술을 사업화하는 등 기업의 기술혁신 관리를 담당하는 게 특징이다.
정준석 산업기술재단 이사장은 “R&D 투자의 경제적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R&D에 대한 양적 투입 증대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가 더욱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지식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기술경영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MOT 관련 지원에 매우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산업자원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술경영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따라 서울대·성균관대·포스텍(옛 포항공대)·한국기술교육대 등 4개 대학이 기술경영 학위 과정 운영대학으로 선정돼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상반기 설립을 목표로 추진 중인 R&D인력교육원도 기술경영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풀이된다.
한편 산자부와 산업기술재단이 지난해 전국 48개 이공계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가 MOT를 알고 있었지만 18%만이 소속대학 내에 MOT 관련·유사 교과목이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다. 또 95%가 MOT 필요성에 공감했고 67%가 정규과정 도입을 희망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 공과대학과 경영대학이 산업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MOT 전공인력의 필요성에 대해 9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78%는 MOT 전공인력을 채용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85%가 다른 전공에 비해 채용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를 둘 의향이 있다고 밝혀 MOT에 대한 산업계의 수요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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