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일변도 정책에서 과감히 벗어나겠습니다.”
김인교 델코리아 사장(51)은 혁신을 위한 자기 파괴를 화두로 꺼냈다. ‘1분기가 1년 같다’는 그가 델에서 사장으로 한 분기를 마감한 직후다. 김 사장이 지적한 가격은 사실 델에서는 분신과도 같은 것이다. 델과 가격 파괴는 그동안 불변의 등식처럼 인식돼 왔다. 그런 면에서 그의 전략은 도박이다.
최근 델이 30만원짜리 PC를 중국에 내놓겠다고 해서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는데 김 사장은 “한국에서 그런 ‘로엔드’ 제품을 취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사장은 “가격 이외에 서비스와 솔루션 등 우선 순위를 둘 것이 많아졌다”면서 “델코리아는 ‘델2.0’에 가장 부합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마이클 델 CEO가 컴백한 이후 델의 혁신 활동을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 ‘델 2.0’이다. 김 사장은 델코리아의 단기 영업 전략도 일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자기 파괴 전략이다.
“델코리아가 현재 확보한 국내 기업 데이터베이스는 엄청납니다(100만개 이상이라는 게 정설). 매시간, 일일 단위로 실적을 체크하는 단기 영업 전략에서 벗어나 중장기 영업 전략을 접목하면 충분히 시너지를 발휘할 것입니다.”
김 사장이 삼성전자와 시스코(지사장 대행)를 거쳐 2년 전 델 본부장으로 합류했을 때, 지사 매출은 2000억원 수준이었다.
회계연도 2월 기준으로 2007년 매출은 3000억원을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 4분기에는 델코리아 사상 분기 최고 실적을 내기도 했다.
“델코리아는 이제 한국 내에서도 IBM, HP, 후지쯔에 이어 명실상부한 4대 컴퓨터 공급업체로 성장했습니다. 진정한 솔루션 및 서비스 프로바이더로 면모를 갖출 단계입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등 델로서는 중요한 부품 회사와의 장기적인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도 김 사장의 목표다. 그는 “델과 국내 업체들이 더욱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머리 속에는 파괴와 혁신 전략이 가득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강원도 평창 출신으로 스키 선수로도 활약한 스포츠 맨, 부인한테 날마다 e메일을 쓰고 소장용 책으로 출간하는 애처가로도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델 전직원이 무료로 헬스클럽을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사장님 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직원 메일이 하루에도 꼭 한번씩은 날라옵니다. 비전을 공유하는 직원들이 델코리아 제2의 변신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입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