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동영상의 장시간 포털사이트 노출에 대한 강도 높은 정부 대책이 쏟아진 날, 포털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26일 오후 다음의 검색창에 ‘장갑××?’라는 키워드를 입력하고 검색 버튼을 클릭했다. 순간 카페글 목록과 블로그 검색 밑에 이미지 검색 영역에서 황당한 이미지가 5∼6장 노출됐다. 바로 여성이 성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태로 누워 있는 이미지가 아무런 여과 없이 게재됐다.
블로그 이미지 검색 카테고리에 노출된 이 이미지들의 출처인 블로그는 차단된 상태. 하지만 검색 결과로는 버젓이 노출되고 있었다. 검색어도 금칙어는 아니었다.
같은 날 오후 네이버. 음란물 대책과 관련 기사, 네티즌 의견 등을 알아보기 위해 검색창에 ‘음란 동영상’을 입력하고 검색을 했다. 검색 화면의 최상단에 위치하는 키워드 검색광고 영역인 ‘스폰서링크’에 ‘엑스키퍼’라는 음란 동영상 차단 소프트웨어 업체의 사이트가 단독으로 올라 있었다. 어떤 소프트웨어 업체며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 해당 사이트를 클릭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접속이 실패할 경우 돌아오는 메시지였다. 일시적인 에러겠거니 하는 생각에 여러 번 반복해서 클릭해 봤지만 돌아온 메시지는 동일했다. 포털의 주요 수익원인 종량제(CPC) 방식의 검색광고는 광고주와 포털사업자, 사용자 간 무언의 약속을 통해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분명히 사용자와의 약속을 어긴 것으로 파악된다.
음란 동영상 사태의 시발점이 됐던 야후코리아도 마찬가지다. 26일 오후 야후 검색창에 ‘초××’를 입력했더니 10여개의 웹페이지가 검색 결과로 노출됐다. 음란 콘텐츠가 게재된 것은 아니지만 각 웹페이지를 클릭하면 성인인증 없이 바로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었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도 여과없이 음란물이 검색 결과로 노출되는 데 대해 구글코리아 측은 본사 차원에서 한국 정부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태도만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의 인터넷 음란물 차단 종합대책을 공식 발표한 날 오후, 그 대책을 무색하게 만든, 국내 가장 많은 네티즌이 방문하는 포털의 현주소다.
김민수기자·u미디어팀@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