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이슈 진단]日마쓰시타, 그 강성함의 원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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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위의 가전업체 마쓰시타전기산업이 새로운 성장 노선을 펼치고 있다.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개혁을 추구하며 기업 내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 온 마쓰시타가 지난해 말부터 공격 경영으로 전환했다. 총 2800억엔을 투자해 효고현 야마가사키시에 PDP 공장을 세우기로 했고 올해 들어서는 오츠보 후미오 사장이 오는 2009년까지 ‘매출 10조엔, 주주자본이익률(ROE) 10%’라는 새로운 목표를 선보였다.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 재임 6년 간 지속 추진해 온 ‘창생21’ 구조조정의 결실을 이제부터 맺어 보겠다는 전략인데 당장에 세계 PDP TV 시장은 가격 경쟁이 일어났고 시장 재편의 움직임마저 엿보인다. 세계시장을 뒤흔드는 마쓰시타식 공격 경영에 세계 가전업체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오사카의 마쓰시타 본사에서는 나카무라 구니오 회장, 오츠보 후미오 사장 이하 경영진들이 PDP 패널 공장 신규 투자 결정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사진의 목소리는 ‘신규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 규모가 너무 크다’ ‘아니다. 지금이야 말로 경쟁업체들을 떨쳐내야 한다’ 두 가지로 극명하게 갈렸다.

이후 반 년이 지난 올 1월 오츠보 사장은 취임 후 첫 경영계획 설명회에서 신 공장의 개요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연 10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PDP 공장이 착공됐다. 지난 2002년 시작된 PDP 공장 투자는 누계로 6700억엔에 달해 단일 제품 최대 투자액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900억엔을 들인 제1공장이 가동됐고 올 여름에는 1800억엔을 투자한 제 2공장이 가동된다. 마쓰시타가 예상하는 오는 2010년 PDP TV 세계 수요는 약 3000만대. 반면 신축하는 제 3공장을 포함한 자사의 연 생산능력은 2009년엔 2200만대다. 생산으로만도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겠다는 속셈이다.

이에 대해 PDP 담당 모리타 켄 이사는 “우리가 투자를 늘릴 때마다 공급과잉을 부추긴다고 비난 받았지만 수요는 항상 공급 능력을 상회해 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츠보 사장은 아예 “다소 생산라인이 쉬는 경우가 있더라도 항상 최대 수요에 맞춰 생산을 정비해 판매 손실을 없애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까지 말했다. LCD TV 최대업체인 샤프가 ‘재고가 쌓이는 것보다는 제품 부족이 더 낫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마쓰시타의 제 3공장은 첫 PDP 공장으로 건설한 이바라키 제 1공장에 비해 고정비가 5분의 1 이하다. 같은 투자액으로 패널을 몇 장 만들어 내는 지를 가늠하는 투자 생산성은 5.3배에 달한다. 최첨단 설비를 도입함으로서 연 30%로 추정되는 가격 하락을 견뎌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PDP에 대한 거액의 투자는 DVD나 캠코더 등 다른 음향·영상(AV)기기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 2006 회계년도 3분기(10∼12월) 디지털 가전부문 매출 영업이익은 6.2%로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향상됐다. 가격 하락으로 라이벌인 LG전자가 영업 적자로 전환한 점을 감안하면 마쓰시타의 공격 경영이 빛을 발한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평판TV 시장(37인치 이상)은 LCD가 53%, PDP가 47%를 차지했다. 7∼9월 석 달 동안에는 40인치대 대형 모델에서 LCD TV 출하대수가 처음으로 PDP TV를 앞질렀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3년 이내에 시장의 주역이 PDP TV인지 아니면 LCD TV인지가 결판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는 판매 전략에도 엿보인다. 마쓰시타의 판매 전략은 최대시장인 북미와 유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2005년부터 미국 가전양판점인 베스트바이 및 서킷시티와 제휴해 판매실적 및 예측, 판촉 기획을 공유하고 있다. 데이터를 기초로 마쓰시타와 각 점포가 매주 협의해 제품 공급량을 결정한다. 지난해는 판매 양판점을 2개 더 늘렸으며 올해는 1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북미보다 먼저 유통 개혁에 착수한 유럽에서는 지난해 12월 현재 268개 유통업체와 납품에서 판매까지의 공유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양판점에 재고를 안두고 고객에 상품을 직송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2006 회계년도 1∼3분기(4∼12월) 유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9223억엔을 기록했을 만큼 ‘유통 개혁’이 매출 호조로 이어졌다.

판매량이 50만∼60만대에 불과했던 브릭스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평판TV 생산을 현재보다 3∼4배 이상 끌어 올릴 계획이다. 올 여름부터 러시아에서 PDP TV 생산을 개시하며 인도에서는 LCD TV를 생산한다. 또 브라질·말레이시아 등지에서도 LCD TV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면 마쓰시타의 개발도상국 공급량은 200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러시아에서는 연 30만대의 PDP TV를 생산할 계획이다. 핵심부품인 패널을 일본에서 공급받아 현지업체가 조립하는 방식이다. 지난해부터 러시아에서 중형 LCD TV를 생산하고 있는데 37인치 이상 대화면 PDP TV도 생산함으로서 26∼50인치까지의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인도에서는 올 여름부터 기존 TV 공장의 브라운관(CRT) TV 생산라인을 LCD TV 공장으로 전환한다. 연 3만대 규모를 생산해 전량 인도 현지서 판매할 계획이다. 또한 브라질과 말레이시아에서도 기존 CRT TV 공장라인을 LCD TV 라인으로 바꿔 본격적인 생산에 착수한다.

◆인터뷰-오츠보 후미오 사장

‘마쓰시타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하라.’

오츠보 후미오 사장(61)이 지난해 6월 취임하면서 나카무라 구니오 현 회장에게 들은 얘기다. 오츠보 사장은 이후 6개월 이상을 고민하면서 포스트 ‘창생 21’을 내놨다.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중기계획 ‘GP3’가 바로 그 것.

오츠보 사장은 “나카무라 회장의 사장 시절 마쓰시타의 경영은 체질 개선이 당면 과제였다. 경영 목표도 언제나 영업이익 증대에 맞춰졌다. 앞으로도 이익 추구는 지속될 것이지만 세계 최고의 브랜드 개발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오츠보 사장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직원들 간의 ‘성장 유전자 공유’다. 기술이나 노하우 등 사내 유·무형의 재산을 공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GP3에도 경영 실적의 향상 이외 조직이나 구성원의 질적 향상을 꾀하도록 지시했다.

기자회견 때마다 ‘마쓰시타 성장’을 위해 사장이 됐다고 말하는 그는 구체적 실천 과제로 오는 2010년 전체 매출 10조엔(약 83조원)·평판TV 매출 1조엔·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해 6000억엔(약 5조원)이었던 평판TV 매출을 2010년까지 1조엔으로 끌어 올리고 카내비게이션 등 자동차 관련 제품 매출도 1조엔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고정비 절감 등 슬림화를 우선시해 온 해외사업에서도 지금까지보다 수익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브릭스(BRICs) 등 신흥 국가에서도 첨단 제품을 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지난 주 출장을 다녀온 두바이에서 103인치 PDP TV 200대를 팔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자회사인 일본빅터(JVC) 매각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매각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계획 ‘GP3’무엇을 담았나

‘신중기계획-GP3’는 오츠보 사장 체제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글로벌 3개년 전략이다.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현 회장) 시절 추진한 ‘창생21’의 핵심이 구조조정이었다면 GP3는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과 이를 위한 공격 경영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장 오는 2009년 매출을 올해 예상치보다 1조엔 이상으로 잡았다. 증가분 중 7000억엔은 해외에서 벌어 들일 계획이다.

또한 2009년 ROE 10% 달성이라는 새로운 경영 목표를 수립했는데 이는 나카무라 사장 시절 5%에 비해 두 배 늘어났다. ROE 중시는 이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초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푸어스(S&P)는 마쓰시타의 장기채권 등급을 ‘싱글A플러스’에서 ‘더블A마이너스’로 한 단계 높였다.

같은 기간 동안 전 세계 생산거점에 ‘위클리(주간) 제조체제’도 구축한다. 발주에서 제품 출하에 이르는 생산 리드타임을 1주일만에 실현할 수 있는 체제가 전 세계 거점별로 마련된다.

앞서 위클리 제조체제를 도입해 추진 중인 파나소닉AVC네트워크사의 DSC후쿠시마공장, 무비오카야마공장, PDP멕시코공장, 체코공장, 파나소닉커뮤니케이션스 중국공장 등의 노하우를 토대로 올해부터 국내외 모든 공장에 위클리 제조체제를 도입키로 했다.

앞으로 3년 동안 개발에서 상품 기획·디자인·마케팅·서비스까지 상품을 만드는 모든 공정에 도입시켜 ‘마쓰시타식’의 제조 체제를 완성한다는 게 회사 측 복안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