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만물정보통신입국` 전상서

[미래포럼]`만물정보통신입국` 전상서

새로운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이 용틀임하고 있다. 새로운 IT가 뿜어내는 우렁찬 메아리가 천지에 진동하고 있다. IT 기반 첨단융합기술이 펼치는 10∼20년 후의 미래세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 내각부가 ‘이노베이션 25 전략’을 발표한 20년 후, 어느 평범한 가정의 일상을 그려보자.

 이노베 가정은 이노베(5세)라는 지능로봇이 온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겉보기는 유치원생같지만, 가정 및 공동체 네트워크와 항상 소통하면서 집 안의 궂은 일을 척척 해내는 만능도우미다. 여기서 로봇은 전자인공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어엿한 가족(robohome)이다.

 거실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세계 어떤 정보에도 바로 접속해 자동 번역해 준다. 전화기에도 만국 자동통역 기능이 있어 우리말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자동차와 도로가 지능화돼 자동으로 충돌을 막아주고, 달리면 달릴수록 공기까지 깨끗하게 한다.

 캡슐 한 알만 먹으면 잠자는 동안 건강진단이 이뤄지고 필요하면 원격진료도 받는다. 슈퍼마켓에서는 즉석에서 생선의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다. 자유롭게 말고 접을 수 있는 휴대전자 디스플레이는 종이신문의 입지를 좁혀가고 있다. 척박한 중국의 내륙지역은 옥토로 바뀌었다. 유전자 조작으로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농작물이 보급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미래 도전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아베 수상의 특명으로 이노베이션 담당장관이 임명됐고 장관은 내각부에 이노베이션 25 전략회의를 출범시켰다. 전략회의를 지원하기 위해 이노베이션 25 특명실도 설치했다. 국민은 수백건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보내왔고 일본학술회의를 중심으로 2200명의 학자는 희망하는 20년 후의 모습에 대해 과학적 예지를 결집했다.

 이처럼 일본은 야심찬 미래국가 건설을 위해 정부차원의 리더십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찬란했던 전성시절의 초강대국으로 빠르게 회귀하면서 그 영향력을 증대해 가고 있다. 그럼 우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응전할 것인가. ‘지금 정신 차리지 않으면 5∼6년 후에는 큰일 난다’는 어느 대기업 회장의 선연한 질타는 이러한 이웃 국가들의 행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최근 IT는 이만하면 됐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온다. 잘하는 IT는 이쯤에서 접고 BT·NT 등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일견 그럴 듯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새로운 IT 융합시대는 바로 지금부터다. 일국의 전체 역량이 유기체로서 기능하게 하는 만물 정보통신망(Information Communication Network of All)을 구축하고 그 활용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IT강국의 위상은 금방 위협당한다. 새로운 인프라는 수백개의 지능형 센서망이 정교한 그물망 구조(Topology)기 때문이다. 21세기형 사회시스템의 원활한 신진대사에 절대적인 관련 첨단융합기술도 함께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

 현금이 전혀 필요 없는 전자생활서비스, 사고제로에 근접하는 스마트 지하철 서비스 등은 우리가 누려야 할 만물 정보통신시대의 단면이다. 정부는 늦지 않게 만물 지능통신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만물 정보통신입국정책’을 입안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어렵사리 산업화와 정보화를 통해 연간 일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국가반열에 올랐다. 우리가 가야 할 선진국 모델은 일본, 중국과는 다른 방법이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절반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하루에도 수십통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자라나는 5∼6세의 유아 꿈나무들이 있다. 이들이 마음껏 프런티어를 향해 역량을 발휘할 여건을 준비하는 일은 이 나라 지도자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만물 통신시대를 위해 지능환경격차(인텔리전스 디바이드) 등 새로운 역기능 대책도 함께 강구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프라이버시 보호 등에 대한 수요는 한층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IT강국을 일궈낸 대한민국의 엔지니어와 테크노크라트여! 지금은 IT로 대한민국을 중심부 국가로 진입시키는 위대한 과업에 다시 한번 영혼을 불태워 볼 때가 아니오리까?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나이다.

◆하원규 ETRI IT기술전략연구단 팀장·u-IT전문위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