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도구지만 궁극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이어주는 연결고리임에 틀림없다. 특히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우리 이웃을 세상과 소통하게 해주는 IT야 말로 소외된 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촉매제가 아닐까?
지난주, 경북 상주시 냉림동에 위치한 다솜지역아동센터(소장 김영희)는 하루종일 낯선 남자 손님들이 접수했다. KT가 정보격차해소를 위해 지난달 발족한 IT서포터즈 3명이 구형 컴퓨터를 손보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솜센터 내 10평 남짓한 방에는 벽을 따라 가지런히 놓여있는 8대의 PC 외에도 서로 높낮이가 다른 탁자들과 음식을 조리하는 낡은 싱크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곳은 다솜지역안동센터의 선생님과 생활이 어려운 초·중학교 학생들 29명이 학습실과 식당·회의실 등 다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다함께방’이다.
지난 2005년 김영희 소장이 저소득층과 생활보호대상자 아이들을 돕기 위해 사비를 털어 개원한 다솜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에게 방과 후부터 오후 9시까지 공부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 PC는 지난해 초 모 기관으로부터 내구연한이 다된 것을 기증받아 사용하고 있지만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이 활용법을 제대로 몰라 얼마 전부터 대부분 작동에 문제가 생긴 것들이다. 게다가 몇몇 PC는 남학생들의 게임 전용기로만 활용돼 왔다.
다솜센터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PC를 학생들을 위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지난달 아름다운재단의 문을 두드렸고 이렇게 IT스포터즈와 인연을 맺게 됐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오미향 선생은 “교육용 동영상이나 영화감상용으로 PC를 활용해 왔지만 대부분 제대로 작동이 안 됐다”며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IT교육을 해주고 싶어서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IT서포터즈들은 OS복구와 바이러스 퇴치, 클리너를 활용한 PC최적화, 프린트공유설정, 메모리 업그레이드, 랜 케이블 교체 등 PC가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마쳤다.
작업에 참여한 IT서포터즈들은 정보처리기사에서부터 정보통신·무선설비기사, CCNA(시스코에서 발급하는 국제공인인증) 자격증 등을 보유한 IT전문가들이다.
IT서포터즈들은 PC정비를 마친 뒤 센터 교사들에게 PC업그레이드 방법과 바이러스 퇴치요령, 외장형 하드 사용법, 인터넷 쇼핑몰 이용법 등을 가르쳐줬다.
금경원 안동ITS 팀장(45)은 “27일부터 오는 6월 말까지 매주 이틀씩 찾아와 다솜센터 학생 4명을 대상으로 파워포인트와 엑셀, 아래아한글, PC최적화, 포토숍 등 PC교육을 무료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PC활용률이 낮아 게임에만 집착하던 아이들에게 체계적인 PC활용 능력을 배양해 주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이 강의의 목적이다.
PC정비와 활용교육 이외에 IT서포터즈들은 다솜센터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의 동영상을 제작해 주고, 내달부터 청소년 전문상담사를 이용한 고민 상담 및 심리검사도 제공할 예정이다.
“하루종일 PC를 고치느라 수고하셨는데 차도 한 잔 제대로 대접하지 못해서…. 이번에 KT라는 기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어요.” 김영희 소장은 “우리 다솜센터처럼 정보화로부터 소외된 곳이 너무도 많다”며 “앞으로 이 같은 사회공헌의 혜택이 어려운 이웃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T서포터즈란
KT와 아름다운재단이 손잡고 출범한 IT서포터즈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활용,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IT분야 전담 봉사단이다.
정보소외계층은 물론이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IT 관련 불편을 해소하고, 디지털지식기반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KT로서는 글로벌 선도 통신사에 걸맞은 기업으로 거듭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상을 구현한다는 것이 이번 IT서포터즈 출범의 궁극적 목적이다.
◇어떻게 운영되나=IT서포터즈는 PC나 IT 관련 자격보유자 등 기량 우수자를 선발, 8주간의 기본소양교육, IT활용교육, 강의능력, 진단능력 등을 집중 교육해 전국 30개 권역 단위로 배치해 운용된다. 현재 선도 IT서포터즈 100명(대구·경북 12명)이 전국에 배치됐으며, 이번 다솜지역아동센터 봉사가 KT대구본부의 첫 IT서포터즈 활동이다.
내달 초에는 나머지 300명이 교육을 마치고 전국에 배치되며 향후 IT서포터즈를 1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구·경북은 다음달부터 47명(대구 25명, 경북 22명)의 IT서포터즈가 본격 활동하게 된다. IT서포터즈는 1년간 IT봉사활동만 전담하게 된다.
◇어떤 활동을 하나=IT장비활용법과 인터넷 사용법, IT장비의 성능 점검 등이 주요 활동이다. 전자민원, 금융, UCC, 인터넷쇼핑 등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IT활용법에서부터 악성코드 치료 및 제거, 인터넷환경설정, PC보안, PC최적화 등 IT성능을 진단하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그외 MP3P, PMP, 디카, DMB, 휴대폰 등 다양한 IT디바이스를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가르쳐준다.
◇신청방법=IT서포터즈는 내달 16일부터 전화(1577-0080)와 IT서포터즈 전용 홈페이지(www.it0080.com), 아름다운 재단 홈페이지(www.beautifulfund.org)를 통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에 나서게 된다. 전화나 인터넷 개통 등은 서비스 대상이 아니어서 기존의 KT 신고센터로 신청해야한다.
◆인터뷰-노대전 KT대구본부장
“보다 효율적인 IT서포터즈 운용을 위해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공통서비스와 함께 대구·경북지역에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를 함께 진행할 계획입니다.”
IT기술봉사인 IT서포터즈의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노대전 KT대구본부장(50)은 “지역민들의 IT 관련 불편사항을 해소해 디지털지식기반 사회를 구현하는 데 밑 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은 “우리나라가 IT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생활 곳곳에 IT를 제대로 활용 못하는 IT음영지역이 많다”며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평균연령이 높아 IT도우미들의 손길이 절실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IT서포터즈는 각 지역 노인복지회관 및 마을회관에서 중·장년층을 위한 IT교육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IT서포터즈는 이처럼 세대와 세대를 잇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랑의 메신저로서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그는 또 “IT서포터즈에 대한 지역 주요 기관장 및 기업 CEO들의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이들 기관과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IT사회공헌활동이 국민 모두에게 파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 본부장은 “대구본부의 사회공헌 활동이 정보화격차해소와 저출산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구본부는 지난해 61억원을 투입, 청송군 부남면 홍원2리 등 695개 마을, 1만6144가구를 대상으로 초고속인터넷 시설을 구축했다. 올해는 90억원으로 사업비를 늘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KT 공부방, KT 방과 후 학교, 소년소녀가장 자매결연 등은 KT대구본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노 본부장은 “KT대구본부의의 사회공헌은 PC를 기증하고, 기부금을 전달하는 기존 활동영역을 뛰어넘어 지역의 대표 IT기업으로서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책임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