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환율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당초 예측과 달리 올해 들어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1분기 결산을 앞둔 주요 전자업계의 실적에 환율이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수출의 20% 이상 막대한 비중을 차지했던 양대 IT기업인 삼성전자·LG전자만 해도 내부적으로는 900원, 심지어 800원대 붕괴까지 예상하며 보수적으로 경영계획을 수립했으나, 지난 석 달간 원달러 환율은 940원 안팎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삼성전자·LG전자는 당장 1분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면서도 추후 환율변동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대 밖의 환율 추이=지난해 말 경영계획 수립 시 삼성전자·LG전자는 900∼910원을 올해 기준 환율로 상정했다. 삼성전자 단일 기업만 놓고 볼 때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수출 타격으로 이어져 이익의 1.2%, 금액으로는 2000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지난 석 달간 원달러 환율은 940원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하반기 들어 환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연평균 환율이 900원대를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분기는 환율보다 시황 영향 커=당초 두 기업이 올해 경영환경의 최대 변수로 환율 문제를 꼽기는 했으나 지난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오히려 수급에 따른 시황과 세계 시장에서 제품 판매전략이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LG전자 모두 환율 문제가 경영 압박요인이 아니었지만 올 1분기 실적이 썩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전통적으로 세트(완제품)에서는 눈에 띄는 이익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올해 초 악화된 반도체 업황이 큰 변수였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환율 안정 국면에서도 올 초 D램·낸드플래시 반도체 공급과잉이 우려되면서 가격 하락이 예상 외로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민후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환율이 완제품·부품 수출에 영향을 주지만 전 세계 시장가격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해당 분기 실적에 반영되기는 어렵다”면서 “1분기는 반도체 가격 하락 요인이 커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이익의 73%를 반도체·LCD 분야에서 거둬들이면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된 양상이다. 또 삼성전자·LG전자의 주력 완제품 사업인 휴대폰·TV 시장에서도 워낙 가격경쟁이 심화돼 지난 1분기 환율 안정세로 인한 매출·이익 증가 효과는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평가절상돼 내리게 되면 수출에 직접 큰 타격을 주는 반면에 오르는 때는 상대적인 효과가 적다”고 파악했다.
◇환율 변수와 경영계획 변화 여부=이 같은 이유로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의 1분기 실적을 낙관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매출 14조7000억원에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 선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늘지만 직전 분기보다는 나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LG전자는 매출 증가폭이 그리 크지 않으나 지난해 상황이 워낙 악화됐던만큼 올 1분기는 영업이익이 63억원 정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LG전자는 1분기조차 끝나지 않은만큼 향후 환율 변동추이에 대해 아직은 성급하게 낙관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경영환경에서 청신호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섣부르게 경영계획을 변동할 계획은 없다”고 했고, LG전자도 “하반기부터는 환율 하락폭이 클 것으로 보여 한 해 전체로 따져봤을 때 당초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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